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맥도널드에서 커피를 사 마시는지가.
커피를 마시려고 해서 마시는 게 아니다.
기왕에 우체국까지 나온 김에 맥도널드에 들러 커피나 마시자는 심산에서다.
커피가 제값을 다 받는다면 사서 마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운타운 맥도널드는 노인에게는 커피가 유별나게 싸다.
시니어 커피는 $0.58(6백 원)이다. 벌써 5년도 넘게 같은 가격이다.
쇼핑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늘도 나는 우체국으로 가고 아내는 커피를 사러 맥도널드로 향했다.
나 볼일은 끝났으니 아내가 있는 맥도널드로 향했다.
마주친 흑인 홈리스 아주머니가 돈 좀 달란다.
웃으면서 돈 없다고 두 손을 들어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마음이 개운치 않다.
민망한 생각도 든다.
민망한 마음을 달래려고 옛날 일을 떠오려 본다.
반세기 전이다. 오클랜드 다운타운에 있는 일본 식품점에 갔다.
그 당시는 일본 식품점밖에 없었다. 그것도 조그마한 식품점이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식품점으로 가려는데 흑인 홈리스가 돈을 구걸했다.
그때도 홈리스는 있었다.
돈 없다고 했더니 “너 유태인이냐?(Are you a Jew?)” 하고 따진다.
주위쉬를 줄여서 깎아내릴 때 ‘주’라고 한다. 갑자기 내가 ‘주’가 되고 말았다.
‘주’는 구두쇠를 의미한다. 나는 구두쇠가 되고 만 것이다.
누추하게 차려입은 홈리스가 설혹 구걸은 할망정 당당한 그의 모습에 놀랐다.
그때부터 홈리스를 피해 다닌다.
잘 못 하다가는 변을 당할 것 같아서 보고도 못 본 척한다.
그래도 마주치는 적이 많다.
운전하다가 빨간불 앞에 서 있을 때 “나는 트럼프를 미워합니다”고 쓴 사인을 들고
내게로 다가오는 홈리스도 보았다. 멀쩡한 여자 홈리스가 차창 밖 1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마음이 흔들린다.
오늘 아침처럼 맥도널드 앞에서 홈리스의 푼돈 구걸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줄 때도 있었고 안 줄 때도 있었다.
한번은 문을 열고 나오다가 동전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홈리스에게 거스름 동전을
건네주었다.
마침 자전거를 타고 순찰하던 경찰관이 그 모습을 지켜보더니 내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돈 주지 마세요. 버릇돼서 자꾸 옵니다.”
그 후로는 망설여진다.
줘도 문제, 안 줘도 문제인 서글픈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