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동안은 뒷마당에 보조 층계를 놓았다.
내게 나무를 다루는 목수 일은 재미를 톡톡히 선사하는 작업 중에 하나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꼭 필요해서도 아니다. 스스로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난다.
지난겨울 폭풍으로 넘어간 울타리를 새로 세웠다.
울타리장이들이 와서 한바탕 소란을 떨고 갔다.
새 울타리를 세우느라고 주변의 넝쿨을 모두 치웠다.
깨끗이 뻥 뚫린 김에 층계나 놓자는 심산이다.
새 목재를 사야만 했다면 시작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목재는 우드데크 새로 놓을 때 뜯어놓은 나무가 있었기에 그 나무를 사용하기로 했다.
목재도 있겠다, 넝쿨도 다 치워놓았겠다, 층계만 놓으면 된다.
딴에는 재미있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덤벼들었다.
오클랜드에서 사는 친구는 나보다 나무 다루는 일을 더 좋아한다.
오래 살던 집을 새집처럼 다 수리했으니 실력도 대단하다.
이 친구를 부를까 하다가 나 혼자 톡톡히 재미 좀 보려고 부르지 않았다.
언제나 재미있는 일은 신나기 마련이다.
땀이 비 오듯 흘러도 더운 줄 모르겠다.
머리로 설계하고 머릿속에 도면을 그렸다.
하나하나 이어갈 때마다 신명이 절로 난다.
서두를 것도 없다. 오늘 한 구덩이 파고 시멘트를 부어 넣고 하루를 기다린다.
하루에 두세 시간씩 진도야 느리지만, 어느 날인가는 끝이 나고 말 것이다.
홈디포에 자질구레한 재료를 사러 뻔 찔 드나들었다.
한 이주쯤 지났을 것이다. 층계가 완성됐다. 완성된 층계를 바라보는 마음 뿌듯하다.
무엇인가 이룬다는 것은 성취감과 만족감 그리고 행복을 가져온다.
아침에 커피잔을 들고 층계로 내려가 본다.
숙달된 전문 목수가 완벽하게 만든 층계는 아니지만, 조금 엉성해도 내가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절로 난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이루는 것처럼 행복한 건 없다는 걸 다시 깨닫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