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 둘째 아기가 돌을 맞았다.
우리나라처럼 돌잔치를 크게 벌리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그냥 한 살 생일이라고 평범한 생일 케이크를 자르는 것으로 끝인다.
하다못해 우리의 이웃 나라인 일본이나 중국도 그냥 생일로 넘긴다.
하지만 우린 다르다. 큰 돌잔치상을 차린다.
돌집에 갔었다면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는 거로 되어 있다.
그만큼 돌잔치를 크게 여긴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 나 스스로 생각해도 인간으로 태어나서 첫 번째 맞이하는
생일인데 일반 생일과는 같을 수 없다.
돌잔치는 크게 차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을 앞당겨 미리 잔치를 벌였다.
막내딸은 작년에 첫 딸 돌 치례 경험을 했기에 이번에는 일사천리로 척척 해나간다.
유니온 시에 있는 타미 뷔페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일 년 만에 사돈댁을 만나 인사도 했다. 첫째 돌 때 만나고 둘째 돌에 다시 만나는 중이다.
우리 역시 경험이 있던 차라 일찌감치 좋은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우리 측 친지들은 모두 그럴듯한 자리에 앉았다.
사위 쪽 손님들은 모르는 사람들이라 우리에게 관심도 주지 않았다.
주인공인 둘째 아기는 지 에미한테 짝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딸이 고생하는 것 같아 좀 도와주려고 해도 둘째 아기는 지 엄마 아니면 누구에게도
가려 하지 않는다.
막내딸네 첫째 딸은 당연히 우리 테이블에 같이 앉아 신나게 조잘댄다.
첫째가 우리한테서 너무 오래 있어 보였는지 사위가 덜렁 안아다가 사돈댁 테이블에 앉힌다.
그때야 내 눈에 사돈댁이 들어온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아이 가지고 샘이 나다니?
일주일 만에 다시 돌잔치를 또 열었다.
막내딸 집에서 한국식 돌잔치를 연 것이다.
사실은 오늘이 진짜 돌날이다.
조촐하게 우리 가족끼리만 한국식으로 열었다.
이게 다 막내딸의 머리에서 나온 수작이다.
부자 동네에 새집으로 이사 간 다음 집들이도 할 겸, 겸사겸사다.
요새 새집들 부엌은 신형 전자제품으로 무장해서 웬만한 레스토랑보다 낫다.
집 구경을 시켜 주는데 뒷마당 정원을 잘 꾸며놓았다.
집을 살 때 뒷마당 정원 설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집 계약서에 들어 있다니,
건축업자가 별걸 다 참견한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 아기는 지 언니가 입었던 한복을 물려 입었다.
첫딸 때는 백설기에 ‘축 첫돌‘이라고 썼는데 이번에는 케이크로 바꿨다.
아무도 안 먹는 백설기는 밀려나고 말았다.
돌 케이크는 동네 쇼핑몰에 한국 빠리바케트 빵집이 생겨서 거기서 주문했단다.
이젠 한국 빵집이 별 곳에 다 들어가 있다.
딸이 그러는 데 빵집 주인 여자는 한국, 중국 반반인 여자란다.
돌잡이로 무엇을 집을 것이냐가 관심사인데
돌잡이는 미술 붓하고 100달러 지폐를 잡았다.
그중에서도 돈을 잡으면 놓지 않는다.
그것도 100달러짜리하고 1달러짜리를 주었는데 100달러짜리만 가지고 끝까지 쥐고 있다.
참 별일이지 부자가 될 모양이다.
막내딸은 새집에, 새아기에 잘살아보겠다는 의욕이 넘쳐흐른다.
막내딸 사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젊어서는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손주들은 신나서 뛰고 놀았지만 두 늙은이는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왔다.
넘쳐나던 의욕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지금은 사고 싶은 물건도 없다.
겨우 한다는 짓거리가 누가 90을 넘겼다더라 하면 귀가 번쩍 뜨인다.
참 추잡하고 치사한 줄 알면서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