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지역 일대에 연기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지도 벌써 10일이 넘었다.
딸이 친구 결혼식이 열리는 샌 루이스 오비스포에 가서 하루 자고 왔다.
샌 루이스 오비스포는 샌프란시스코와 LA 중간 지점으로 해변에 위치해 있어서
이번 연기 피해를 보지 않는 비교적 안전한 지역에 속한다.
호텔에 방이 없더란다.
미국인들은 말을 잘 들어서 한번 방송에서 노약자들은 연기 없는 지역으로
피했다가 오라고 했더니 너나없이 차를 몰고 안전 지역을 찾아 피난 갔기 때문이다.
대기 오염이 무섭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손주가 다니는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란 학교는 모두 일주일간 휴교다.
그런가 하면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노숙자는 산불로부터 나쁜 공기의 질을 피할 수 없다.
노숙자들은 연기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그룹에 속한다.
일반인들은 집에 머물거나 직장에서 근무하더라도 문을 닫고 있어서 직접적인
피해는 피할 수 있는데 비해서 노숙자들은 방법이 없다.
연구에 따르면 노숙자 인구는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과 같은 호흡기 질환의 비율이 높다.
평상시에도 혼잡한 공간에 살고 영양이 부족하고 의료진에 접근이 쉽지 않은 여건인 데다가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보내는 대기 오염에 정기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와 다른 북부 캘리포니아 도시의 거리에서 자는 노숙자들은
지난주 밤낮으로 나쁜 대기 오염에 노출되어 있었다.
대기 오염이 악화하는 가운데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서비스 부서는 토요일 현재
약 1,600개의 마스크를 노숙자에게 배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샌프란시스코에는 2017년 조사에 따르면 4,3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외에서 살거나
야외에서 사는 등 약 7,500명의 노숙자가 있다.
최근 며칠 동안 천식이나 심한 폐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긴급 치료실로 이송해야 하는
일이 흔히 벌어졌다.
특히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들은 가슴이 빡빡해서 숨쉬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모처럼 오늘 오후에 운동길에 나섰다가 파란 하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 하늘이 파랗다“하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얼마 만이냐, 파란 하늘을 본지가? 연기가 거의 다 걷혔다.
내일부터는 비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는 화재로부터 약간의 휴식을 제공하고 대기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쁜 대기 질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기후 변화가 주는 혜택은 천금과도 같은 것이다.
흥청망청 쓰는 걸 물 쓰듯 한다고 말한다. 물보다 더 흥청대는 게 공기 아니더냐.
쓰는지 안 쓰는지조차 모르고 써대는 게 공기다.
그런 공기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이번 기회에 톡톡히 배운다.
진작 알았어야 할 것을 너무 천대하지나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