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으면서 창밖을 내다본다.
언덕 아래로 빨간 야생 열매(Winter Berries)가 가득히 달렸다.
콩알만 한 열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게 보기에 좋다.
검게 익은 산딸기도 무성하다.
가시 돋친 산딸기는 먹고 싶어도 따기 귀찮아서 보고만 있다.
이맘때면 울새가 날아든다.
참새처럼 생겼으면서 덩치가 참새 서너 곱은 커 보이는 울새는 나를 때 날개 짓 하는
소리가 푸드덕 크게 들릴 정도다.
울새는 빨간 열매를 좋아한다. 산딸기도 잘 먹는다.
울새들이 모여들면 남아나는 게 없다.
어제오늘 비가 계속됐다.
비 오는 날 새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온종일 볼 수 없다. 아마도 하루 종일 굶었을 것이다.
어제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터인데 오늘도 비가 내리니 굶을 수밖에 없다.
비 오는 며칠 동안 새는 먹지 못한다.
원치 않는 단식에 들어간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새가 눈에 띄었으면 먹이라도 주겠건만 새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새는 숨어 지내는 기술이 발달해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 곧바로 숨어든다. 비 오는 날도 숨어든다.
한번 숨으면 찾을 수 없다.
그 많던 새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며칠씩 굶고도 끄떡하지 않는다.
나 같으면 잠시 비가 멎었을 때 잠깐이나마 나와 먹이를 챙기겠건만,
숨어 지내는 새는 나오지 않는다.
새는 이 비가 그친 비인지 조금 있다가 다시 올 비인지 다 안다.
날렵하게 생겨서 비개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도 먹지 않고도 며칠씩 버틸 만 한
에너지가 있나보다.
하기야 기러기나 철새들은 밤낮으로 며칠씩 날아가도 끄떡없는 축적된 에너지가 있기는
하다만.
새처럼 며칠씩 굶어도 되는 신비에 가까운 DNA가 인간에게도 있다면?
밥 안 먹어도 며칠씩 끄떡없다면?
그것도 우리 민족에게만 그런 DNA 유전자가 있다면?
우리는 인기 좋은 별종이 되었을 것이다.
새에게서 굶어도 끄떡없는 DNA 유전자를 추출해서 인간에게 적용하는 기술을
한국 생물학자가 개발해 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엉뚱한 생각을 해 보면서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스스로 묻는다.
고국이 주변 강대국들 틈새에 끼어 눈치 보면서 살아남아야 하는 얄궂은 운명이
어떻게 하면 개선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발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