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봇 호수로 들어가는 옆문이다.
실은 이 길은 산불 발생 때 소방차가 들어가기 위해 만들어놓은 비상 도로에 비상 철문이다.
비상도로인 관계로 늘 철문을 닫아놓고 자물쇠로 잠가 놓았다.
예전에는 사람이 드나드는 작은 문은 없었다.
오직 자동차만 드나들었고 자물통으로 잠가 놓았다.
문제는 사람들이 잠겨진 문틈으로 비집고 드나드는 것이다.
나부터도 멀리 정문까지 갈 필요 없이 비상 게이트 틈, 사이로 들어가면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30여 년간 사람들이 비집고 통행하기를 계속하자 공원 측에서 아예 사람이 드나드는 문을
만들어 주었다. 지금 사람 드나드는 작은 문이 새로 만든 문이다.
사람 드나드는 작은 문을 만들자 많은 사람이 공원에 들어가느라고 길가에 주차가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 동네 주민들이 항의 해왔다. 낯선 차들과 사람들이 드나드는 게 싫다는 것이다.
외지인들의 주차를 감당할 수 없다면서 예전처럼 게이트를 봉쇄해달라고 진정했다.
공원 측은 주민들의 고충을 고려해서 사람이 드나드는 작은 문을 잠가 버렸다.
아예 봉쇄해 버린 것이다. 있으나마나한 문이 되고 말았다.
게이트를 봉쇄해 버린 지 20년이 지났다.
이제 동네 주민들도 반대하던 열의가 식어 들었다.
공원 측에서는 다시 작은 출입문을 열어놓고 주민들의 반응을 살폈다.
주민들도 더는 항의하지 않았다.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그냥 지켜보고만 있다.
드디어 사람 드나드는 작은 출입문을 만든 지 20여년 만에 출입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주민들의 갈등과 시민들의 편의를 해결해 주는데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충돌 없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작은 출입문 문제 하나 푸는데도 20년이 걸렸다.
내가 사는 동네는 카스트로 배리 시가 아니다. 독립 지역이다.
독립 지역은 주민 수가 부족해서 시로 승격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주민들이 이웃 시에
편입되는 것을 원치 않는 관계로 이웃 시로부터 치안과 소방 문제를 지원받는 거로
유지하는 자체 지방인 것이다.
옛날식으로 도로에 인도교가 없다. 인도교를 건설하는데 백 년을 내다보고 있다.
옛날 집은 그대로 놔두고, 새로 집을 지을 때는 인도교를 만들어야 건축허가를 내준다.
헌 집이 새집으로 다 바뀌자면 백 년이 넘게 걸릴 것이다.
그때가 되면 도로에 인도교가 생겨난다.
주민들과 마찰 없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오로지 시간밖에 없다.
세월이 지나면 모든 문제는 평화롭게 해결된다.
내가 이런 말을 왜 하는가 하면
한국에서 달동네를 헐고 아파트를 짓는다, 용산역 앞 철거소동, 노량진 수산시장 장사하는
사람들을 내보내고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시킨다, 이럴 때마다 마찰이 일어나고 농성이다,
투쟁이다 하는 분란이 끊이지 않는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 드니 결국 자살 소동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라고 하는 것은 간단하지 않고 복잡해서 쉽고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도 다 안다.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하지만 우리 민족은 길게 참지 못한다. 빨리 끝내고 싶어서…….
이것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