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의 인생을 살아보았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행복하다.
꽉 짜인 스케줄에 얽매여 꼼짝도 못 하고 끌려다니던 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일찌감치 빠져나오고 싶었지만, 세상사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처도 때가 되고 나서야 족쇄에서 풀려났다.
은퇴란 스스로 내 스케줄을 만드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고 말고도 내 맘이고, 수염을 깎을까 말까도 내 맘이다.
TV나 보면서 앉아 있을 건지 밖에 나가 흙이라도 팔 건지도 내 맘이다.
내 맘대로 산다고 해서 막살 일은 아니다.
은퇴가 인생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은퇴는 다만 일하던 직장에서 그만뒀다는 것에 불과하다.
하루에 8시간 직장생활과 플러스 출퇴근 시간에서 제외됐다는 이야기다.
나머지는 바뀐 것이 없다.
직장 생활로 쓰이던 시간을 어떻게 지혜롭게 활용하느냐가 은퇴이다.
자신의 경력과 경험을 살려서 파트타임으로 돈보다는 일에 무계를 둔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소셜 연금을 받게 되면 벌어야 할 돈에 제한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이 점을 노리는 직장도 있다. 간단한 봉투나 서류를 시간에 맞춰
배달해 주는 업무라든가. 자동차 딜러에서 손님을 집까지 모셔다드리는 일 따위다.
은퇴 인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일로 봉사활동이 있다.
봉사활동은 컴뮤니티 봉사에서부터 병원 봉사활동까지 다양하다.
봉사활동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에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타인을 돕는다는 보람도 있다. 집 밖에 나가 사람들과 어울려 사회적 교류를
갖는다는 것으로도 시니어들에겐 큰 의미가 된다.
대학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참여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무료 또는 싼 수업료만 받고 제공하는 성인 프로그램이나 각종 클래스를 청강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서울에 있는 여러 사이버 대학교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강의를 청강할 수도 있다.
학기당 1-4과목까지 청강할 수 있는데 수업료가 과목당 24만 원(13교시)이다.
‘서양문화사’ ‘실크로드 문화’ ‘일본 문화’ 같은 강의는 들어볼 만하다.
학교강의는 스케줄이 짜여있고 성적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긴장되고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노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한다.
창업을 꿈꿔 볼만도 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지식을 활용해서 창업에 나선다면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인 ‘홈디포’도 은퇴한 두 노인이 창업한 기업이다.
은퇴 후에 창업해서 성공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작가나 화가, 뮤지션 등의 꿈을 꾸지만 먹고 살기에 바빠서
도전도 해 보지 못하고 시간만 모냈을 것이다.
바로 은퇴는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꿈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뮤직 클래스나 아트 클래스에 등록해서 연마함은 물론이려니와
연주회나 전시회에 참여하는 예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부러워만 하던 글쓰기에 도전해서 습작을 시도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다.
기왕에 시도하는 거 프로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다시 젊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