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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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째 비가 내린다. 오다 말다 하면서 내리는 비지만 가끔씩 바람을 동반해서
나뭇가지가 몹시 흔들릴 때도 있다.
밤에도 비는 오락가락했다. 나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고 비가 얼마나 오는지
바람은 얼마나 부는지, 날씨가 차가운지 살펴보곤 했다.
오늘도 아침나절 비가 내렸다. 바람도 몹시 불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비도 바람도 멎었다.
멎었나 했더니 해가 반짝 난다. 모처럼 해를 보니 반갑다.
이통에 한 바퀴 걸어오고 싶다.
비가 오는 바람에 며칠째 걷지 못해 몸이 쑤셨기 때문이다.
해가 난 김에 걷다가 오겠다고 하고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아내는 내가 나가겠다는 말을 듣고 나가더라도 우산을 들고나가란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비에 씻겨나간 길이 깨끗하기가 갓 설거지를 해 놓은 접시 같이 반짝인다.
새신을 꺼내 신었다. 가벼운 검은 장갑을 끼고 길을 나섰다.
언덕을 내려와 코너를 돌아가는데 하늘의 먹구름이 금방 비가 올 것 갔다.
이쪽은 해가 났는데 저쪽은 먹구름으로 차있다.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져 옷을 적신다.
그제야 아내가 우산 가지고 나가라던 말이 떠올랐다. 그만 깜빡했던 것이다.
안 되겠구나 뒤돌아 집으로 향하는데 비는 점점 더 많이 떨어진다.

걷는 것을 포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다시 해가 반짝 났다.
이번에는 해를 봐도 믿을 수가 없다. 그냥 안 나가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났는데도 밖이 훤하다. 입춘이 지났다는 생각이 난다.
다시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 이번에는 우산을 들고 나섰다.
아무리 비가 오지 않는다 해도 우산은 꼭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하늘도 맑고 비는 오지 않을 것 같았다. 다시 언덕을 내려와 작은 언덕을 넘어
한참 내려가는데 바람이 분다.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날린다. 우산을 펴 들었다.
우산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린다. 바람이 한 방향으로만 부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막
불어대는 모양이다. 우산이 뒤집어질 것 같다.
작년에 무교동 현대증권에 들렀다가 권 차장에게서 받아온 새우산인데 오늘 처음 써
보는 거다.
바람이 이리저리 불어 싸서 우산이 뒤집힐까 봐 겁도 나고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뒤돌아 오면서 하루에 두 번이나 걷기로 하고 나갔다가 되돌아오기는 오늘이 처음이다.
하늘을 짐작한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캘리포니아엔 특별히 재해가 많다. 여름에는 산불 피해가 많고 겨울에는 비 피해가 많다.
우리 동네를 제외하고 비로 인해 피해 보는 곳도 있지만,
눈으로 인해 호항을 누리는 곳도 많다.
시에라 네바다 타호 스키장엔 눈이 175(4,5m) 인치 쌓였다.
맘모스 산 스키장은 눈이 446(28.7m) 인치 싸여서 7월 4일 독립기념일 연휴까지
스키장을 연장해서 열 것이란다.
비가 오면 짚신 장사가 걱정, 해가 나면 우산장사가 걱정이 아니라
비가 오면 우산장사가 좋고, 해가 나면 짚신 장사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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