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도서관에 도네이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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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아시안 도서관

책 버리기 작전의 일환으로 도서관에 책을 전해주러 오클랜드 다운타운 아시아안
도서관에 갔다. 오전 중에 와 달라고 해서 가기는 갔는데 자동차 댈 곳이 없다.
유료 파킹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가 어디에 세웠으면 좋겠으나 빈자리가 없다.
몇 바퀴 돌다가 겨우 한 곳 찾아냈다.
길가에 차와 차 사이를 비집고 파킹 했다.
미터기를 어떤 못된 녀석들이 열 가지 색 스프레이로 하도 많이 그려놔서 혼란스럽다.
미터기에 카드를 넣었는데 화면이 흐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겨우 버튼을 눌렀으나 이번에는 페인트칠이 혼란스러워서 티켓 나오는 구멍을 못 찾겠다.

책이 들어 있는 무거운 박스를 달리에 얹어 끌고 가는 게 마치 택배기사 같은 느낌이 든다.
길 가던 사람들도 내가 택배기사처럼 보이는지 쳐다보는 것 같다.
건너는 길을 세 번이나 건너서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은 12시에 열기로 되어 있어서 문이 잠겼다.
전화를 걸어 직원을 불러냈다.
책이 든 박스를 전해 주고 돌아오려는데 도서관 사서가 도네이션 영수증 받아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엉겁결에 듣는 말이어서 “아니요”라고 대답해 주고 나왔다.
나는 책 기증만 생각했지 도네이션 영수증을 발급해 주는지는 몰랐다.
도네이션 가치만큼 세금공제를 받는다는 것도 몰랐다.
그만두라고 해 놓고 오면서 생각해보니 받아올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차해 놓은 차를 빼려니 앞에도 렉서스 뒤에도 렉서스, 렉서스 사이에 끼어 있다.
좁아터진 앞뒷차 사이에서 남의 차를 건드리지 않고 빼느라고 신경이 곤두선다.
차량은 왜 그리 많은지 비집고 다니기도 힘에 겹다.
한 시간도 못되는 짧은 동안, 오클랜드 다운타운에서 일을 보고 오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것도 스트레스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젊어서 일 할 때는 매일 이렇게 살았는데 그때는 이게 다 스트레스인 줄 모르고 살았다.
은퇴하고 집에서만 지내다가 모처럼 시내에 나가 부대끼려니 모든 게 다 스트레스다.

시집 45권을 기부했다.
사실 나라고 해서 책이 아깝지 않겠는가. 고깃국 끓이는 냄새만 맡아도 맛을 알 수
있듯이 정말 제목만 봐도 내용이 떠오르는 책들이다.
그래도 눈 딱 감고 도네이션 하기로 마음먹은 까닭은 내 책은 나에게만 소중할 뿐
우리 가족 누구에게도 귀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 죽으면 쓰레기통에 버려질 책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기 전에 누구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읽게 줘야 하지 않을까 해서
우선 시집 45권을 추렸다. 다음번엔 박완서 컬렉션 35권, 그 다음엔 단편집들…….
책도 수명이 있어서 수명이 다 된 책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도서관에서도 환영하지 않는다. 수명이 다 하기 전에 기부해야 그나마 받아준다.

책이 쓰레기로 변하기 전 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책 쇼핑도 인생 살아가는 재미 중의 하나인데 헌 책이 책꽂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으니 새 책이 들어설 공간이 없다.
헌 책이 자리를 비워줘야 새 책이 들어올 게 아니냐.
헌책이 나의 책 쇼핑 행복을 빼앗아 간다는 생각에 이르자 덜어내기로 마음먹었다.
책꽂이에서 책을 덜어내면 이제부터 채워야 할 일만 남았다.
채우는 기쁨 속에 미래를 사는 즐거움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도서관 사서에게 도네이션 영수증 달라는 이메일을 보내자 곧바로 회신이 왔다.

“안녕하세요.
부탁하신 영수증을 첨부파일로 보내드립니다. 프린트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기증해 주신 책들은  사서들이 검토한 후 저희
브랜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책들과 다른 기관으로 기증될 책으로
분류합니다.
저희 브랜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책들은 저희 컴퓨터 시스템에
서지정보를 입력 한 후 대출을 위해 서가에 놓이게 됩니다.

좋은 책들 기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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