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지난 오천년 동안 지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땅이었다.
오죽하면 금수강산이라고 했겠는가?
19세기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물이 오염돼서 이튼 고등학교 학생들도 물 대신 맥주를
마셔야 했다. 소련과 일본은 원자로 파괴로 몹쓸 땅이 되어버린 곳도 있다.
아무리 재앙이 닥쳐도 대처해 나갈 길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오늘 날 한국에 닥친 재앙은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뉴스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미세먼지다.
한국에서 뉴스를 듣다 보면 미세먼지가 높아 마스크를 쓰고 나가라든가 노약자는 외출하지
말고 집에 머물라는 말을 들을 자주 듣는다.
어쩔 수 없이 외출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가보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안 쓴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겁이 난다.
미세먼지 소리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듣다 보면 이러다가 정말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뉴스 매체는 우리에게 유익한 정보 전달 수단이지만 때로는 불안을 조성하는
무서운 무기가 되기도 한다.
미세먼지란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먼지 입자. 주로 연료를 태우는 등의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며, 호흡 과정에서 폐에 들어가 폐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호흡 과정에서 폐 속에 들어가 폐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는 등
폐질환을 유발하는 대기오염물질이다.
입자의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나누기도 한다.
귀에 익숙하게 들리는 미세먼지라는 말이 등장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먼지면 먼지지 미세먼지라니 하면서 불안한 대로 듣고 넘어갔다.
공포를 유발하는 새로운 용어가 출현할 때마다 서민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자꾸 듣다 보면 미세먼지라는 말에 어느 정도 적응해 가면서 불안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나 보다 했더니 그보다 더 무서운 초미세먼지가 등장했다.
과학자들이 쓰는 계량단위인 10㎛ (마이크로미터, 1㎛는 1,000분의 1㎜) 이하의 아주 작은
오염 물질을 미세먼지라고 말한다는 해설까지 알 필요는 없지만 미세먼지가 건강을
위협한다는 말은 귀에 쏙 들어온다.
중국이 극심한 대기오염으로 국제적 주목을 끈 건 꽤 오래됐다.
예전에 중국 관광을 갔을 때도 대기오염으로 하늘이 뿌옇게 가려있고 앞이 몇 미터밖에
보이지 않았다. 북경 올림픽 때도 도시 근처 공장들을 모두 중단시키고 난리 법석을
떨지 않았더냐.
대기오염은 초고속 성장해 G2의 자리를 차지한 중국의 성장의 대가이다.
수십 년 ‘세계의 공장’으로 천문학적 숫자의 공장들이 연일 시커먼 매연을 뿜어내니
광활한 중국 대륙의 하늘도 감당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발뺌을 하고 나서는 중국에게만 원인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스스로 대기 정화 작업을 실시하고 그다음에 중국에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스스로는 하는 것도 없으면서 중국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잠시라도 숨을 쉬지 않으면 사람은 죽고 만다.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야 할 일이 대기오염을 줄이는 일이다.
북한의 김정은과 대화보다, GNP 3만 달러 달성보다, 5.18 망언 진상조사보다 먼저
미세먼지로부터 해방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숨을 못 쉴 정도로 공기질이 악화된 것은 우리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스로 악화시킬 줄 아는 사람은 스스로 고칠 줄도 안다.
지금이라고 마음 놓고 호흡할 수 있는 공기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는 한반도를 버리고 떠나는 현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배가 곱아서 떠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입시 공부에 시달리는 것이 싫어서도 아닐 것이다.
오로지 숨 쉬기가 힘들어서 모두들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출산 증대를 외칠 것이 아니라 살기 좋은 땅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