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이저 제약회사가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개발해 떼돈을 번 후
전 세계 유수 제약회사들이 노화방지 약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의 유니티 바이오텍 사는 가장 흔한 노인질환인 골관절염 약을 기초로
시제품 ‘UBX0101’을 개발했다.
유니티 사는 이 약이 노화세포를 제거할 잠재력을 갖춘 약으로 판단하고 있다.
노인인구는 어느 나라에서나 급속하게 늘어난다.
골골하는 노인들도 있지만 젊은이 뺨치는 노익장도 많다.
지난 12개월간 일한 경험이 있는 85세 이상 미국노인이 25만 5,000여명이나 됐다.
미국역사상 최다기록이다.
횡단로 안내원 같은 자원봉사자들도 있지만 트럭 운전하는 노인도 1,000~3,000명이나 됐다.
농장과 목장에서 일하는 노인들이 가장 많았다.
장수하는 약을 개발하지 못해 안달 복걸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미 오래 사는데 이골이 난 시대다.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아서 지겨운 시대다.
최창호는 건강공단 연구소에서 수석 연구관으로 일하고 있다.
2년만 더 일하면 75세 정년퇴직 한다.
정년퇴직 논문으로 ‘노인들의 앞날’이란 글을 써야 하는데 고민이 많다.
공단에는 젊은 친구들이 꽤 많이 근무하고 있다.
이삼십 대 젊은 남녀 모두 결혼은 하기 싫어한다.
결혼을 거부하는 것도 유행이 된지 오래다.
설혹 결혼을 했다손 치더라도 아이는 낳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예전에 농촌에는 어르신들만 살고 있어서 어쩌다가 아이가 나타나면 모두 신기해서 바라보고
귀여워 해 주었는데 지금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아이를 보면 신기해하고 귀여워한다.
인구밀도도 점점 바뀌어가면서 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말았다.
이제 일하는 근로자들이 노인을 부양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시대가 오고 말았다.
반면에 노인들은 오래 산다. 백세를 넘기는 건 보통일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병도 없이 오래 살다보니 이제는 오래 사는 것도 지겨워한다.
자율운전차를 노인들이 타고 다닌다. 1번 딸집, 2번 경노복지원, 3번 노인 교회 …….
간단하게 번호를 입력해 놓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차가 알아서 모셔다 드린다.
번호대로 방문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15년째 똑 같은 집을 드나드니
이제는 지겹다면서 오지 말란다.
고령화에 의해서 건강보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국가가 감당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무언가 대책을 내 놓지 않으면 않되 게 생겼다.
죽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생겨난다는 소리를 듣고 국가가 정책을 바꿨다.
어떻게 해서라도 노인들이 평화롭게 죽어갈 것을 권장하는 시대가 왔다.
안락사법이 통과 된지는 오래다. 그러나 안락사 정도 가지고는 노인인구 조절이 안 된다.
노인 인구가 일 년이면 4백만 명씩 늘어나는데 비해서 죽어가는 노인은 그의 반박에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반세기만에 노인 인구 폭발로 국가가 망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해서라도 노인 인구를 조정하는 정책이 성공 해야만 국가가 존립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공단 연구소에서 제일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 ‘죽고 싶어지는 약’을 개발하는 일이다.
안락사를 하라고 해도 죽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죽으려 들지 않고 살아서들 떠들기만 한다.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죽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약은 이미 만들었다.
개에게 임상실험을 해 보았더니 약효가 분명히 발휘했다.
약을 먹은 개는 죽고 싶어서 갈팡질팡 뛰면서 사족을 못 쓰는 것이다.
나중에는 사람에게 다가와서 엎드려 기면서 사정하는 것이었다.
약의 효과가 이만하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만 남았는데 누가 자원해서 나설 것이냐가 문제다.
누군가 지원자가 나타나서 약을 먹고 죽고 싶어서 몸을 비튼다면 어떻게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실습대상더러 죽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가에서는 정책상 많은 노인들이 이 약을 복용하기를 권한다.
많은 노인들이 죽고 싶어 하는 약을 먹고 죽어간다면 자연적으로 인구 조절이 이루어
질 것이다.
약을 먹는 노인에게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면 좋을 것이다.
죽기 전에 실컷 써 보라도 돈을 충분히 주는 것이다.
약을 먹고 일주일 있다가 죽겠다면 천만 원 보너스를 주고, 한 달 후에 죽겠다면 삼백만원
보너스를 줌으로서 빨리 죽게끔 선택권을 줘야한다.
자동판매기를 만들어 며칠 후에 죽을 것인지 숫자만 누르면 기계가 알아서 약을 떨어뜨려
준다.
최창호 노인은 이런저런 고민 끝에 논문의 기초를 잡았다.
“죽고 싶어지는 약”을 개발해야 한다는 논문이다.
이 논문이 받아들여진다면 한 십 년은 더 일하라고 할지도 모른다.
김경옥의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자살 학원’이 생각나서 써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