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어떻게 바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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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주 전의 일이다.
외출했다가 돌아왔더니 문짝에 메모가 붙어 있다.
<OOO 님 귀하. 연락 부탁드립니다. 010-3711-0000 감사합니다>

나는 무슨 일인가 했다. 뭐 잘못된 게 있나?
전화를 걸었다.
“대한항공 주주시지요?”
“소액 주주이지만 그렇습니다만.”
“사진하고 주식 의결권을 위임한다는 위임장에 사인해서 카톡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기꾼이 많은 세상에 이건 또 뭐야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당신 누구요? 신원을 밝히시오.”
“대한항공에서 나왔습니다.”
“이름이 뭐요?”
권역형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 파주지역 다른 주주님 집에 있으니 부탁한 거나 보내달란다.
이번 총회에서 대한항공 회장이 표대결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더니 수작을 부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3월 초면 주주총회 참석하라는 우편물이 오기 마련인데 금년에는 없습니다?”
“우편물 기다리지 말고 위임장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나는 예전처럼 주주총회 참석 우편물을 보내 달라고 했다.
총회날이 다 되도록 우편물은 오지 않았다.

6년 전의 일이다.
대한항공 주식을 62000원에 매입했다. 6년이 지난 지금 33000원이다.
반토막이 났다.
단적으로 조양호 회장이 얼마나 자기 맘대로 회사를 운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조 회장은 망해가는 대한해운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덩치가 대한항공보다 몇 배나 더 큰 회사를 무슨 수로 인수하겠다는 건가.
그것도 빚더미에 올라앉아 파산 직전인 대한해운을….
수천억 원 쏟아 붙다가 결국은 손들었다.
LA 윌셔에 호텔 짓느라고 대한항공 이익금은 다 갖다 퍼부었다.
운영자금이 필요하다면서 회사채를 무진장 발행했다.
대한항공은 빗이 1000%가 넘어갔다. 신용등급도 BBB로 추락했다.
그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유상증자를 해 대면서 주주들로부터 돈을 끌어갔다.
조 회장이 이렇게 방만하게 회사를 경영하는 까닭은 대한항공이 자기 사유 자산이라는
잘 못된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부인이나 딸들이 갑질 중의 대표주자가 된 이유도 평상시에 조 회장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대한항공은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부결됐다.
조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사직 연임이 꼭 필요하다.
사내 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날 주총에는 전체 의결권을 가진 주주 73.84%가 참석했다.
이 가운데 찬성이 64.1%, 반대가 35.9%로 사내 이사 재선임은 무산됐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 일가의 사회적 물의와 재판 진행으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등을 들어 사내이사 재선임 반대의견을 냈다.
조 회장은 이로써 1974년 대한항공 입사에 1992년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후 27년 만에
등기임원직을 공식적으로 내려놓게 됐다.
회사를 자식에게 승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는 급등했다.
앓던 이 빠진 것처럼 시원하다.
대한항공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유나이티드 항공이나 델타 항공처럼 이윤을 충분히
내고도 남을 회사인 것이다.
조 회장과 그의 가족들이 정신을 차리려면 아직도 멀었다만 그래도 여기서 방향을
바로 잡혀 나가는 모습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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