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이런 신문 기사를 읽었다.
<50년만에 호칭 변경 나서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명칭이 4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한국야쿠르트에 따르면 창립 50주년을 맞아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명칭을
‘프레시 매니저’로 변경한다.
프레시 매니저는 신선함을 뜻하는 ‘프레시’(Fresh)와 건강을 관리해주는
‘매니저’(Manager)를 합친 단어다.
신선한 제품을 전달하며 고객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뜻을 담았다.>
뭐,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그럴듯한 기사가 길게 이어졌다.
그러지 않아도 길에서 야쿠르트 아줌마가 이동형 냉동카트를 타고 다니는 게 신기해서
관심 있게 보아오다가 신문 기사를 읽고 나니 나도 마셔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쿠르트 하면 작은 플라스틱 병에 들어 있는 드링크만 생각했다.
어떤 때는 식당에서 식사 끝나면 한 병 거저 줘서 마셔봤을 뿐 크게 관심을 두어본
적은 없다.
건물 앞에서 마침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났기에 한국에 한 달 반만 머물 예정인데
그렇게도 배달을 해 주느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되고 말구란다. 그러면서 날 붙들어 세워놓고 몇 호에 거주하느냐를 물어본 다음
장건강에 좋은 ‘메치니코프’를 마시라면서 자신의 야쿠르트에 관한 지식을 설파한다.
나는 그게 아니고 우유 대신 마셔볼까 해서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우유도 있다면서 샘플을 꺼내 주는 바람에 ‘메치니코프’ 샘플까지 받아 들었다.
이거 잘 못 걸려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팸플릿이나 주면 읽어보고 결정해서 알려 주겠다고 하고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한 번 걸려든 손님을 그냥 놔 줄 리가 없어보였다.
겨우 손에 받아든 샘플들을 돌려주지도 못한 체 자리를 물러나는데 성공했다.
나는 팸플릿을 펼쳐보고 놀랐다.
야쿠르트 종류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수십 종류는 된다. 건강만이 아니라 미용으로
마시란다. 광고겠지만 주름살도 펴준다니 이거 믿어도 될는지?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6팩에 만원이 넘는 게 풀풀하다.
야쿠르트 아줌마가 권하는 ‘메치니코프‘는 1200원 짜리다.
내가 생각했던 야쿠르트는 제일 싼 180원 짜리다.
180원이면 달러로 15센트인데, 180원짜리를 매일 배달하려면 인건비도 안 나온다.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다음 날 아침 나가려다 보니 문고리에 야쿠르트 배달 팩이 매달려 있다.
들여다봤더니 우유가 한 팩 있다. 주문도 안 했는데 벌써 배달이 오다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샘플로 받은 것 플러스 팸플릿까지 모두 배달 팩에 넣고
결정 하는 대로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 후 배달 팩에 넣어준 물건들은 모두 가져갔지만 배달 팩은 그냥 걸려 있다.
내가 한 달 반을 머무는 동안 배달 팩은 문고리에 그냥 매달려 있다.
매일 문을 열고 닫고 할 때면 불편한 것보다 심기가 괴로웠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실망 시킨 것 같은 죄책감도 들고 다시 얼굴을 마주칠까봐 은근히
겁도 났다.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결국 내가 한국을 떠나는 날도 여전이 배달 팩은 문고리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수개월 후에 다시 왔을 때까지 이렇게 매달려 있으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