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하면 우선 공포감이 몰려온다.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땅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고 움직일 수 없는 게 땅이다.
믿을 건 땅밖에 없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거다.
땅이 흔들린다면 믿음이 깨지기 때문에 공포에 질리는 것이다.
100년 주기니, 몇 년 안에 큰 게 올 거라느니, 여러 가지 이론이 분분했다.
드디어 캘리포니아에 7.1이라는 큰 지진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남부 캘리포니아 주민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 아니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캘리포니아 면적은 한반도 면적의 두 배나 된다.
한반도는 85,270 square miles, 캘리포니아는 163,696 square miles.
그러니까 캘리포니아 면적이 남한의 네 배가 된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지진이라 실질적으로 체감 느낌은 없다.
하지만 공포를 자아내기에는 충분하다.
뉴스에서 매일 떠드는 이유는 준비인지 대비인지를 하라는 거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지진을 끼고 사는 곳이 캘리포니아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캘리포니아 지진 중심에 위치해 있다.
샌안드리아 지진대가 샌프란시스코를 남북으로 관통하고 철길처럼 헤이워드 지진대가
나란히 남북을 잇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집 땅 속으로 지나가는 헤이워드 지진대에서 앞으로 25년 사이에
6.9 이상의 지진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질학자들은 말한다.
2018년 USGS가 산정한 가상 시나리오 보고서에 의하면 최대 800명이 사망할 수 있으며
부상자는 1만 8천 명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주택은 화염에 휩싸일 것이고,
5만 2천 채의 집이 불타고, 2만 명이 엘리베이터에 갇혀있을 수 있고, 1천5백 명이
쓰러진 건물에 갇힐 수 있다고 했다.
USGS 보고서에 의하면 25년 이내에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6.9 이상의 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72%라고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캘리포니아는 지진이 잠잠해 있었고 이것은 다음 큰 지진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고 리포트는 지적했다.
내가 처음 큰 지진을 겪었던 때가 1970년이었다.
밤에 자다가 누가 침대를 흔드는 것 같아서 잠을 깼더니 지진이라고 했다.
모두들 밖으로 뛰어나갔지만 이미 지진은 지나가고 난 다음이었다.
1989년 10월 17일 오후 5시에 발생한 지진은 정말 비극이었다.
6.9 마그니튜드였지만 얼마나 강력했던지 베이 철근 다리가 주저앉아 운전하던 사람이
차와 함께 추락하는 사고가 났고, 고층 건물의 벽돌이 다 떨어져 나갔고,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불이 났다.
이층 고속도로가 주저앉아 나와 함께 일하던 미국 여자 코니가 콘크리트에 깔려 죽었다.
나는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테이블이며 의자가 흔들리는 바람에 밖으로 뛰어나갔다.
인도교로 나갔지만 술 취한 것처럼 흔들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가로등을 붙들고
중심을 잡은 다음 지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달리는 차들은 지진이 난 줄도 모르고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지진이 잠깐 흔들고 지나간 게 아니라 한참 흔들렸다.
아마 3-4분간 흔들렸던 것으로 안다.
TV 앵커는 대 지진이 올 것에 대비하여 준비하라고 경고한다.
장롱이나 책 선반이 넘어질 때를 대비해서 무거운 물건을 맨 밑에 넣어라.
거울이나 커다란 액자는 침대에서 떨어진 곳에 배치하라.
어디로 피신할 것인지 미리 예행연습을 해 두어라. 책상 밑으로, 아니면 벽에 기대 서있어라.
비상시 어디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두어라.
그 외에 준비할 것은 손전등, 트랜지스터 라디오, 구급상자, 비상식량과 물, 비상약,
현금이나 카드, 운동화.
지진은 무서운 거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지나간다.
하지만 지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하는 거다.
지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