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 ‘백인제 가옥’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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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대부집 대문을 고대로 조성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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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와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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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으로 올린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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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각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어서 서울 시내와 남산을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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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각에서 안채로 내려가는 문, 담넘어로 장독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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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다 가기 전에 서울 북촌 가회동 ‘백인제 가옥’을 방문했다.
가옥을 둘러보고 내가 갖게 된 인상은 이 건물은 ‘백인제 가옥’이 아니라 ‘한상룡 가옥’이라야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옥은 1913년 완공, 직접 진두지휘 하에 지은 한상룡이 거주하다가 최익선(언론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1944년부터 백인제(백병원 설립자)와 그의 부인에게 넘어갔다.
1977년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조선의 전통 가옥을 구상하고 관리 감독하면서 지은 사람이 한상룡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한상룡 가옥‘이란 명칭이 어울릴 것이다.
그의 문화예술에 대한 혜안이 바로 이와 같은 문화적 유산을 남겼으니 마땅히
‘한상룡 가옥’이라고 불려야 맞다.
대문부터 전통 조선 사대부집 문화에 문창호지 대신에 당시로서는 현대적 문명인
유리로 문을 치장함으로써 현대감각을 살려 내면서 단열효과를 누렸다는 점이 백 년이
거의 다 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아도 하나도 뒤처지지 않는다.

한옥에는 없는 이층을 올리기도 했고 방 앞으로 일본식 복도를 가미함으로써 보온을
극대화한 것도 매우 이색적이다.
한옥으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으며 지금 보아도 손색없는 문명의 현대화인 것이다.

‘한상룡의 가옥‘이라고 이름 붙이지 못하는 까닭은 단지 한상룡이 매국노 이완용의
외종질인 동시에 친일을 했다는 이유로 그가 세운 건축물까지 매도당하는 것이 안타깝게
보인다.
한상룡의 행적 중에 친일은 친일이고 예술은 예술인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되나?
아름답고 독창적이면서도 서울에서 하나 둘 꼽히는 훌륭한 예술적 가옥을 구상하고 지은
사람을 제쳐두고 단지 그 집을 사서 살았다는 이유로 ‘백인제 가옥’이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서정주 시인이 친일을 했다고 해서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다른 사람 명의로 내 세울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이 가옥은 전적으로 한상룡의 구상에 의해 그의 뜻대로 지어진 가옥이기 때문에
한상룡의 매국노적 친일로 그의 예술적 가치까지 매도당하는 것은 옳다고 볼 수 없다.
만일 백인제가 이 자리에 가옥을 지었다면 완전히 다른 가옥이 들어앉았을 것이다.

나는 가옥을 둘러보면서 이 가옥을 지은 한상룡이란 사람은 예술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재력과 권력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이와 같이 예술적 가치와 혜안을 가지고 가옥을
건축하지 못한다. 이것은 그가 헤아리는 조선 문화의 숭고하고 훌륭한 가치를 십분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가 친일은 했을망정 그의 머릿속에는 조선 문화의 가치가 확고히 틀어잡고 있었다는 것을

이 가옥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일정 시대에 좀 산다 하는 사람들은 일본 문화에 심취해 있었고 일본 문화를 따라가야
인테리라는 구릅에 명함이라도 내밀 수 있었던 시절이다.
지금도 군산에 가면 일정 때 부호들이 지은 가옥들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는 일본식
가옥인 것이다. 지금 세상에 돈 좀 있다 하면 서양식 집을 짓는 것과 같다.
그런 유행을 제쳐놓고 조선 기와집에 혼을 불어넣어 집을 지었다는 것은 그냥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가옥의 건축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분이 단지 이 가옥이 좋아서 구매해서 살았다는 이유로

‘백인제 가옥‘이라고 함은 정말 옳다고 볼 수 없다.
‘한상룡 가옥’이란 말이 듣기 싫고 보기 싫더라도 ‘한상룡의 가옥’인 것은 사실이다.
나도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대일 사상이 어떠한 것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포용할 것은 포용하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본다.
가옥을 들러보고 나오면서 조선시대 가옥을 발전시켜 정신과 혼을 불어넣어준

사람의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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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하고 사랑스러운 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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