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생충’ 영화를 보러 갔다.
인터넷에 검색했더니 샌프란시스코 근교 여러 곳에서 상영한다.
한국 영화가 이렇게 많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건 처음 봤다.
예전에는 한국 영화를 상영한다 하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통 털어서 한 곳 아니면 두 곳에서
상영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 이웃의 극장에서도 상영한다.
수요일 12시 30분 영화를 보러 갔다. 조조 활인까지 해 준다.
극장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우리를 합쳐서 7명이 영화를 보았다.
평일 날, 일하러 가야지 누가 영화 보러 오겠는가.
극장에 영화관이 20여 개 있는데 한국 영화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 영화관도 텅텅 비었다.
그나마 기생충은 나은 편이다.
한마디로 영화는 독특하고 대단하다. 관객을 놀래킬만 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Parasite)’이 그 어느 한국 영화도 쓰지 못했던 기록을 세울
조짐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럴 것 같다.
이미 최고 권위의 국제 영화제 중 하나인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기생충’은 미국내 각종 비평가협회의 영화상을 휩쓸고 있는데 이어 아카데미상
(오스카)과 함께 미국 양대 영화상으로 꼽히는 골든글로브상의 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을
뿐만 아니라 ‘기생충’이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할 경우 한국 영화로는 최초의 기록이 되겠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는 9일 제77회 골든글로브상 후보작을
발표하면서 ‘기생충’이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공개했다.
‘기생충’은 또 북미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에서 주관하는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이들 3개 부문 후보에 나란히 올랐다.
제77회 골든글로브상 시상식은 내년 1월5일 베벌리힐스에서 개최되는데 수상작은 할리웃
외신기자협회 회원 93명의 투표로 정해진다. 투표 데드라인은 오는 30일까지다.‘기생충’은
일단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고 또 감독상도 그렇다.
한국 영화로써 한번 쾌거를 이뤄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그렇게 될 것이고…….
바로 극장 앞에 있는 ‘텍사스 로드하우스’에서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오후 3시인데도 손님이 붐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 시간에는 예약 없이는 한 시간은 기다려야 차례가 온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텍사스 로드하우스’가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레스토랑이 홴씨는 아니고 텍사스 시골티를 풍기는 게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곳이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북적인다.
인상적인 것은 식당 바닥에 땅콩 껍질이 널브러져 있다는 점이다.
테이블에는 껍질을 까지 않은 땅콩이 작은 섕철 버켓에 담겨 있다.
술을 마시거나 주문을 기다리는 동안 땅콩이나 까먹으면서 심심치 않게 보내라는 것 같다.
특이한 것은 땅콩 껍질은 그냥 바닥에 버리는 거다.
바닥이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게 이 레스토랑의 특징이다.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것 같은 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금방 구워낸 시나몬 빵은 뻐터를 바르지 않고 그냥 먹어도 녹진녹진한 게 입안에서 녹는다.
시저 샐러드도 흐렌치 드레싱을 곁들여서 맛이 훌륭하다.
주문한 스테이크는 텍사스 스타일을 닮아서 큼지막하고 풍만하다.
스테이크 뿐만 아니라 음식을 풍족하게 내 주는 게 텍사스식이다.
젊어서 텍사스에서 한 일 년 근무했는데 텍사스는 모든 게 크다. 주 땅덩어리도 크고, 술잔도
텍사스 잔이라고 해서 큼지막하다. 사람도 덩치 큰 사람을 좋아하고 자동차도 큰 미제차를
선호한다. 크다는 것이 텍사스의 자랑인 것이다.
텍사스 로드하우스가 멋진 식당은 아니지만 스테이크 맛만큼은 부드럽고 불에 구운 훈제 맛이 나면서
끝내주는 거로 유명하다.
곁들여 나온 베이크드 포테이토도 싸울과 함께 먹는 맛이 그만이다. 스테이크에 곁들여 나온 새우꼬치도
바비큐를 해서 구운 새우라 맛이 유별났다.
좋은 영화에 좋은 음식으로 하루 호강이 행복으로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