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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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넘어 보이는 여명이 잠깐 아름답더니 곧 사라졌다.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남자에게 사랑 받는 가장 빠른 길은 그의 배를 채워주는 것이다.”
(The fastest way to a man’s heart is through his stomach)
맞는 말이기도 하다.
남자더러 밥과 여자를 놓고 선택하라고 한다면 아마 배부터 채우고 그 다음에…….
이래서 나온 속담이리라.

아무튼 아내가 한국에 나가고 없는 바람에 늙은 나로서는 끼니를 챙겨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어제저녁 투고 음식을 사다 먹었더니 배가 덜 차서 그랬는지 새벽에 일찌감치
잠에서 깨어났다. 밖이 깜깜한 게 한밤중 같다.
새벽 7시가 돼서야 여명이 보인다.
어제도 비, 오늘도 오후부터 비가 올 거라더니 태양이 나올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해는 보이지 않고 동이 트는 산 너머에서 구름을 붉게 물들였다.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는 것은 곧 해가 솟을 것이기에 카메라를 들고 서서 기다렸다.
기다리는 태양은 떠오르지 않고, 붉었던 하늘마저 구름이 덮어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예 기대하지 말라는 것처럼 영영 사라져버린 태양이 허망하다.

일찌감치 새 밥을 지어 맛있게 먹었다. 혼자일망정 새 밥은 맛있기 마련이다.
아침마당을 보여주겠다는 TV의 유혹을 뿌리치고 집을 나섰다.
아침 공기가 차가워 잠바 지퍼를 목까지 치켜 올렸다.
목장갑도 끼고 등산화 끈도 단단히 동여맸다.
어깨를 쫙 펴고 걷는 발길이 가볍다.
토요일 아침이라 나다니는 차도 없고 조용하다 못해 괴괴하다.
공원까지 가는 동안 여자 둘이 걸어갔고, 또 여자 셋이 개를 끌고 걸어간다.
공원을 다 돌아 나오도록 운동 나온 남자는 보지 못했다.

확실히 남자는 여자보다 게으른가보다.
토요일 노는 날 이어서 그런지 남자들은 늦잠을 자는 모양인데,
게을러터진 남자들을 보면서 배만 불려 주면 된다는 속담도 나올 만하다.
아침에 배달 된 신문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여성이 완벽한 건 아니지만 남성보다 낫다는 건 반박의 여지가 없다.”
전직 미국대통령 오바마의 말이다.
그러면서 핀란드를 예로 들었다.
유엔이 매년 150개국을 대상으로 행복수준을 분석한 결과 핀란드는 작년에 이어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은 ‘안전한 사회’ ‘신뢰 문화’ ‘수준 높은 교육’ 그리고 ‘성 평등’이다.
이번에 새 총리로 당선 된 산나 마린은 34세 젊은 여성이다.
그녀가 이끄는 내각 각료 19명 중에 여성이 12명이다.
여성들은 배려와 공평에서 남자보다 탁월하다.
남자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도 사실이다.

세월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흐르지만 결과는 다르다.
“남자는 마음으로 늙고 여자는 얼굴로 늙는다”는 영국 속담도 있다.
(A man grows older with his heart while a woman gets older with her face)
하긴 이것도 다 옛말이다.
지금 세상에 돈만 있으면 얼굴? 늙지 않는다.
마음?
영국 남자의 마음은 늙어만 가는지 모르겠으나 한국 남자는 그렇지 않다.
“몸은 늙어도 마음은 이팔청춘”이라고 했다.
내가 늙어보니 마음은 늙지 않는 게 맞다.
결국 영국 남자와 한국 남자는 다르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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