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20200203_124327 (2)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그렇지 날씨는 유별나게 좋다.
햇볕이 쨍한 게 따습기가 봄 날씨다.
오늘이 입춘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캘리포니아에 무슨 입춘이 있겠느냐 하겠지만
절기를 비켜가는 땅은 없으려니.
이런 날은 걷고 싶다. 딸네 집을 걸어서 가기로 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문턱에서 나는 따스한 햇볕에 반해 넋 나간 사람처럼 걷고 있다.
아! 2월은 아름다워,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딸네 집 문을 따고 들어가 ‘루시’의 목에 줄을 걸었다.
‘루시’는 열 살 먹은 알라스카 머스키다.
루시는 나만 보면 어디로 어떻게 걸어가는지 알고 따라나선다.
앞서가겠다며 내달리면서 당기는 힘에 내가 끌려간다.
개도 봄기운을 느끼나 보다.

나도 모르게 봄기운은 벌써 오고 있었나 보다.
들 역에 풀이 새파랗게 돋아났다.
잡풀로 가득한 공터에서 야생 흰 수선화 무리를 만났다.
나는 꽃을 보아 반갑고 꽃은 나를 보고 반긴다.
수선화란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따왔단다.
나르키소스라는 아름다운 청년이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여 물속에 빠져 죽은
그 자리에 핀 꽃이라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청년이었으면 스스로 반해서 물에 빠져 죽기까지 하다니?
방탄 소년인가?
수선화는 슬픈 이름이구나.

바람이여
이미 봄바람이거늘
어서 신선하렴
바람이여
겨울을 지나
봄으로 오느라고
애 쓴 바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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