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 love 제넷” – 2020.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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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호수 뒷길을 걸었다.
봄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걷는 발길이 봄볕만큼 행복하다.
그동안 비가 온다는 핑계로 쉬운 일만 골라가면서 선택했다.
나는 꾀가 많아서 요리조리 꾀만 팔아먹고 살아도 삼년은 산다.
이 핑계, 저 핑계 긁어모아 결국은 쉬는 날을 선택하기를 반복하다가 마지못해
가까운 길로 나서기를 반년도 넘게 해 댔다.
오늘은 모처럼 햇볕도 쨍하고 포근해서 큰맘 먹고 호수 뒷길을 걷기로 했다.
스마트폰 만보기를 대동하고 행차에 나선 것이다.

흙길이 젖은 것도 아니고 바싹 마른 것도 아닌 것이 아침에 물을 뿌린 길이 시간이 흐르면서

꾸덕꾸덕 말라가는 흙길 같다. 걷기에 알맞은 흙이다.
축축하게 물기가 있는 것도 아니면서 먼지도 나지 않는다.
호수를 돌아 한참 가도록 사람은 눈에 띄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호수를 전세 낸 것처럼 내 것인 양 혼자 걸었다.
호수는 물이 많아 통통하게 살이 찐 것 같아 보기 좋다.
물이 많아 먹이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물닭이 몇 마리 안 된다.
예전 같으면 수십 마리가 우굴 거릴 텐데…….
기러기 한 쌍이 꺼억 꺼억 앞에서 소리 내면 뒤에서 화답하며 날아간다.

호수가장자리 길을 따라 한참 걸었다.
나무로 만들어 물에 띄어놓은 낚시터 데크가 터닝 포인트다.
데크로 내려가면 물과 인접해서 손이 물에 닿을 것 같아 호수와 교감이 더욱 밀접하다.
호수 냄새가 신선하게 풍긴다.

젊은 남녀가 이곳에서 사랑한다는 맹세를 한 모양이다.
징표로 이름과 사랑의 표시를 써놓았다.
“오마 love 제넷”- 2020. 1. 26.
낙서일지라도 사랑한다는 말은 듣기도, 보기도 좋다.
얼마나 사랑했으면 우드 데크에라도 적어놓고 다짐해야 했겠는가?
데크에 사랑을 그리는 젊은이가 부럽다.

사람들은 모두 일하러 나갔고 한가하게 호수를 거니는 사람은 나 혼자다.
고요한 호수와 떠다니는 물닭들, 푸르른 야산과 날아가는 기러기.
자연이 유별나게 아름다워 보이는 까닭은
자연을 만드신 창조주가 아름다운 분이기 때문이리라.
어느 날, 아름다운 동산 주인을 만나면 잘 만드셔서 실컷 즐기다가 왔노라고
고마움을 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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