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은 돈이고 돈 앞에는 부모 형제도 없다.
고 조양호 전 한진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이에 경영권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리고 있다.
3월 27일 주주총회에서 결판을 내겠다는 보이지 않는 혈투가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이게 한다.
한진그룹의 모회사인 한진칼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한진그룹 회장의 운명이 결정된다.
주주총회의 투표권은 지난해 말 주식 보유 지분율에 따라 권리가 행사된다.
아버지 고 조양호 회장은 한진그룹의 모회사 한진칼의 지분율을 부인 이명희 5.31%,
아들 조원태 6.52%, 큰딸 조현아 6.49%, 막내딸 조현민 6.47% 비율로 나눠 주었다.
그러면서 아들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었다.
하지만 만인이 다 알다시피 큰딸 조현아가 누구냐?
지난해 말 큰딸 조현아가 KCGI 사모펀드,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데서 문제는 불거졌다. 이유는 조원태 회장이 가족과 의논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는 명분을 내 세우면서 한진그룹을 가족 경영체제가 아닌 건전한 주식회사로
만들겠다고 나섰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속내는 경영권 장악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조현아 측 한진칼 지분은 3자 지분을 합쳐 32.06%나 되니 꿈을 꿀만도 하다.
이에 놀란 아들 조원태 현 회장은 부랴부랴 지분을 긁어모았다.
미망인 이명희, 막내딸 조현민, 그리고 우호 지분 델타항공까지 합쳐 33.45%를 만들어
대응했다.
33.45% 대 32.06%의 대결이 되고 말았다.
이제 나머지 지분을 쥐고 있는 소액주주들과 국민연금공단의 투표권이 어느 편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한진그룹 회장이 결정 나는 것이다.
신경이 곤두 선 양측은 소액주주 지분을 끌어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조현아와 연합한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등 한진칼 주주 연합은 지분율을
37%까지 늘렸다.
이번에는 델타항공이 쓸어 담고 있다. 지난해 5월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백기사로
등장했던 델타항공이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주문을 쏟아냈다.
조현아 연합의 지분 추가 취득에 이어 이번에는 델타항공까지 지분 취득에 나서는 등
주주 간 ‘쩐(錢)의 전쟁’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코로나 사태로 모든 주식이 반토막이 나는 마당에서도 한진칼 주식은 끝없이 치솟았다.
엇비슷한 현황에서 대한항공 자가보험 및 사우회의 3.79%가 조원태 회장을 지지하면서
판세는 조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맞서 조현아 쪽에서 제기한 의결권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모두 기각됨으로써 조원태 회장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회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는 그리 중요한 게 못된다.
아버지 돌아가신 지 불과 몇 달 됐다고 국민 앞에서 재산인지, 자리싸움을 해 대는 꼴이
아름답지 못하다.
문제는 큰딸 조현아가 국민과 사원들에게 인심을 잃었기 때문에 자기편이 줄어드는 데
있다고 본다.
어디서나 민심이 곧 주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조원태 회장 측과 조현아 연합은 27일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넘어,
향후 예상되는 임시 주주총회까지 지분늘리기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조현아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기존 40.12%에서 2.01%포인트 증가한 42.13%가 됐다.
이에 조원태 회장 측도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입하며 대비하는 모습이다.
주주총회 이후, 임시 주주 총회를 대비한 자매의 전쟁은 끝없이 이어질 태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