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이런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미국인 절반 ‘양로원 가느니 죽는 게……’ 이런 타이틀 아래 기사는 다음과 같았다.
대다수 미국인은 은퇴 후 의료비 부담과 함께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전문매체 CNBC는 전미은퇴연구소(NRI)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0세 이상 미국인
2명 중 1명 이상은 “은퇴 후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죽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미은퇴연구소는 미국 내 50세 이상 성인 1,4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조사 결과 많은 이들이 ‘외로움, 자유와 독립 상실 및 독거 생활’을
양로원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10명 중 7명꼴로 “은퇴 후 요양원 비용을 포함해 어마어마한 의료비용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답했다.
나는 이 기사를 읽고 먼저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설문조사의 대상이 50세 이상 노인이라고 했다. 50세가 노인이라고?
지난해 가을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때여서 생각 없이 부정적인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제 막상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나이의 고하를 막론하고 양로원을 싫어하는 이유가
성립되고도 남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유독 고령층에게 잔인해서 8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치사율이 24%에
달한다. 특히 양로원은 전염병에 취약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양로원에 침입했다 하면
수십 명이 치명적 피해를 본다.
피해라는 게 회복될 수 없는 마지막 단계라는 데 문제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하나의 표본일 뿐 코비드19 이전에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을 뿐
양로원에서 많은 독감, 감기 바이러스가 얼마나 쉽게 전파되었겠는가?
사람들이 양로원 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게 이해된다.
무서운 전염병이든 가벼운 전염병이든 전염병에는 집단생활이 가장 불리하다.
가능하면 독거일지언정 집단생활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나의 오른쪽 옆집은 이혼한 휄슨 부인 혼자 산다. 우리 부부보다 젊지만 아들이 나의 막내딸과
고등학교 동창이다.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자 집안에 박혀 있는 게 지루했던지 매일
걷기 운동을 하고 있어서 우리와 종종 부딪친다.
왼쪽 옆집은 우리 부부보다 나이가 좀 많은데 남편은 대만 출신 의사고 부인은 간호사다.
장인 장모가 백 세가 다 됐는데 마운틴뷰 부자 동네서 산다. 집 안에 영상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부모의 움직임을 감독하고 있다고 했다.
가끔씩 앞마당에 나와 정원을 가꾸면서 내 아내와 곧잘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두 달 전에 코로나 사태로 캘리포니아에 자택 격리령이 내려지자 옆집 두 부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영영 눈에 띄지도 않고 밤에 집 안에 불도 밝히지 않는다.
깜깜한 집안도 하루 이틀이지 줄기 장창 깜깜하니까 두 부부가 어디 간 줄만 알았다.
한 달이 지난 다음에 의구심이 생겼다. 옆집 부부 집에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일주일에 목요일 새벽이면 쓰레기 치우는 트럭이
지나간다. 쓰레기통을 길에 내다놔야 하는데 그 집 쓰레기가 길가에 나와 있는 거다.
그렇다면 부부가 집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면서 어쩌면 한 번도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있나?
밤에 불도 밝히지 않고 어떻게 사나? 간첩도 그렇게는 못 산다.
우리는 옆집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내 이층 방에서 내다보면 그 집 다이닝 룸이 들여다보인다.
전에는 다이닝 룸에 컴퓨터를 켜놓고 밤늦게까지 무엇인가 하는 게 보였는데 지난 두 달
동안은 한 번도 불을 켜지 않았다.
사람 사는 집이라면 집 어딘가에는 불을 켜야 할 텐데 불이 없다.
하다못해 그 집 이층 마스터 베드룸 화장실 작은 창문이 내 방에서 보이는데
화장실 불도 켜지는 걸 못 봤다.
나는 그 집이 비어있는 집이라고 우겼고 아내는 집에 살면서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거라고 해서
싸움이 날 지경이다.
아무리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섭다고 해도 그렇지 아예 숨어버리면 어쩌자는 거냐?
벌써 두 달째 코빼기도 보지 못하게 숨어 들은 노부부를 보면서 이쯤 되면
코로나바이러스도 질려서 포기하고 돌아가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