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없고 따가운 태양 아래 바람만 스쳐 지나가는 캘리포니아의 여름날은 지루하고
따분하다.
지난 겨울비에 정강이까지 자란 풀이 바싹 말라 성냥불을 그어대면 금세 불바다가 될 것처럼 말라 있다.
황금빛으로 변해버린 동산을 걷는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언덕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지 않는 구석이 없다.
토요일 공원 앞을 운전해 지나가면서 피뜩 본 거지만, 복작대는 사람들이 마치 벚꽃놀이에
몰려드는 무리 같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판국에 만만한 게 공원이어서 공원으로 몰려든다.
진작, 공원을 내 집 마당처럼 즐기던 나는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물려주고 멀리 뒷길을
걷는다.
어디나 뒷길은 인적이 드물어 그런대로 자연이 살아있다.
나를 위시해서 사람은 자연파괴에 주범이다.
야생동물이 사람만 보면 도망가는 것도 다 그래서다.
새들도 사람을 만나면 깜짝 놀라 날아간다. 사람이 뭐 귀신인가?
드디어 사람도 사람을 보면 피한다. 만나서 반가운 게 아니라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맞닥뜨리는 것처럼 얼른 피한다. 피해 달아나 저만치에서 손을 흔들어 미안한 마음을 달랜다.
그러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성공적으로 피했다고 위안한다.
코로나19 2차 확산으로 사람이 더 무서워졌다.
나는 사람들을 피해 다닐 때마다 사는 게 뭐 이래 하는 생각이 든다.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외롭게 살아야 할 사람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재미있게 지내는 꼴이
보기에 못 마땅했나 보다. 코로나19를 보내 각자 흩어져 외롭게 살라는 엄명이다.
6개월째 코로나19와 사투를 벌리고 있는 인간 세상.
미국은 감염자가 하루에 6만 5천명이나 늘어나 총 4백 3십만이 되었다. 7월 26일 현재
사망자만 15만 명에 이른다. 미국에 상륙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감염이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다.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자그마치 최초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10배 빨라졌다고 한다.
동네를 걷다 보면 집수리하는 집이 많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이라도 건축업은 규제가 없는
것이 집수리가 많은 데 대한 원인이 되겠고, 집 가격이 집을 수리해도 될 만큼 가치가
올랐다는 것도 원인이 되겠다. 그보다는 자가 격리하는 사람들이 하루하루가 토요일 같은
휴일이라는데 더 큰 원인이 된다.
건축자재를 파는 홈디포에서 원자재가 거덜이 났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많은 집이 수리했는지 알 수 있다.
집수리에 필수적인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도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넉 달 만에 드디어 야외 이용업은 허용한다고 했다.
이용실 앞 인도교에 의자를 내놓고 거울을 걸어놓았다. 파머나 염색은 안 되고 머리 커트만 허용한다.
커트만 허용하는 것만도 어디냐는 식으로 환영 일색이다.
한국이 가난하던 시절 종로 탑골공원에 가 보면 야외 이발사가 있었다.
동대문 운동장 길가에도 있었다. 나는 애들 때라 직접 깎아본 경험은 없지만, 가난한 어른들은 많이 애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이곳 길거리 이발은 손님이나
이발사나 마스크를 벗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은 2m 거리를 두고 서서 기다려야 한다.
내가 다니는 이발소도 야외영업을 하나 보러 갔다. 주변의 식당들은 테크아웃만 팔아야
하지만 가게세라도 벌겠다며 영업 중이다. 하지만 이발소는 열지 않았다.
파킹랏이 비좁은 것도 이유이겠지만, 여자 이발사가 게으른 것도 이유일 것이다.
유별나게 키가 큰 여자 이발사는 굼뜨기가 지렁이 기어가듯 한다.
남자 이발사들은 한 사람 머리 깎는데 15분이면 되는데 여자 이발사는 한 시간이 걸린다.
무얼 그렇게 붙들고 꾸물대는지 깎고 또 깎기를 반복한다. 오래도록 한 자리에서 이발해
왔으니 경험이 축적되었을 만도 한데 솜씨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그래도 계속 드나드는 까닭은 깎고 나면 모양이 제법 괜찮아 보이기 때문이다.
먼 곳에 있는 최가네 이발소는 마당이 넓어서 얼마든지 벌려놓아도 문제 될 게 없을 것이다.
내일 아침에는 전화번호부를 들춰내 예약해 볼 요량이다.
야외에서 머리 깎아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