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맘 먹고 멀리 캠핑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오후 6시부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트 게임이 있고, 동시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팀
오클랜드 에이스도 경기를 벌인다. TV 중계방송도 동시에 할 것이니 두 게임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다.
아침 먹고 30분, 저녁 먹고 30분 걷는 것을 한꺼번에 몰아서 낮에 걷기로 했다.
흔들다리를 건너 호수 중간쯤 가면 오른쪽으로 꺾어지면서 고갯길이 나온다.
고개는 한 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이면서 가파르다.
끝날 듯 끝날듯하면서 올라가도 끝이 없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 더는 걸을 수 없다. 잠시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고른다.
아내는 저만치 앞서 올라가고 있다. 쉬지도 않고 잘도 올라간다.
평지에서는 내가 보폭이 커서 조금만 빨리 걸어도 아내보다 50m는 앞서서 걷는다.
아내가 따라오지 못하고 뒤처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가파른 언덕이나 고개를 만나면 나는 뒤로 처지고 아내가 앞서간다.
아내는 지칠 줄 모르고 힘차게 올라가는데 나는 한 걸음 내딛는 게 죽을 지경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오래전에 요세미티 호흐만 피크(Hoffmann Peak: 3,309m)에 오르느라고
아름다운 May Lake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가 3,000m 지점에서
나는 숨이 끊어질 것 같고 골이 빠개지는 것처럼 아파서 주저앉기를 여러 번 했다.
심장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열 걸음도 못 가서 주저앉고, 다시 열 걸음도 못 가고, 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나서야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 올랐다는 기쁨보다는 죽느냐 사느냐의 고통 속에서 빨리 헤어났으면 하는 생각밖엔 없었다.
그때 알았다. 내 체질은 고산병에 약한 체질이라는 것을.
그때도 나만 죽는 줄 알았지, 아내는 멀쩡했다.
내가 고산병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 꿈에 그리던 마추피추 관광을 포기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지만, 몸이 받아주질 않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십 년은 더 늙었으니 작은 고갯길에서도 맥을 못 춘다.
캠핑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캠핑장에 고요만 감돈다.
코로나19로 캠핑장이 문을 닫았다.
야외 테이블마다 검정 비닐로 뒤집어 씌워놓았다. 수도도 비닐로 씌워놓고,
하다못해 화장실 문은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베니어판을 대고 못 밖아 버렸다.
개미 새끼 하나 없는 괴괴한 캠핑장을 둘러보다가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호수를 바라본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따가운 땡볕도 아랑곳없이 낚싯줄만 바라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낚시에 미치면 약도 없다.
어쩌다 한번 잡히는 물고기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낚싯줄만 주시한다.
하긴 우리도 내일은 좋은 일이 있으려나 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살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