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은 갈비를 좋아한다. 앉은 자리에서 LA갈비 서너 개는 먹어 치운다.
친척들이 식당에 모여앉아 저녁을 먹을 때면 각자 가격표를 보아 가면서 고르기 마련인데
막내딸은 거침없이 갈비를 시킨다. 눈치코치도 없는지 무조건 짚고 본다.
어떤 때는 얄밉기도 했지만, 저 좋아서 먹겠다는데 어쩌겠는가.
그것도 다 지나간 이야기다. 지금은 아이가 셋이나 달려서 꼼짝 못 하고 집에 갇혀 지낸다.
코로나 19 시대를 맞아 아이들 얼굴 보기도 어렵다.
금년 여름에 우리 집 뒷마당에서 우리끼리지만 갈비를 두 번이나 구워 먹었다.
뭐니 뭐니 해도 갈비는 차콜(조개탄)에 구워 즉석에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갈비를 구워 먹을 때마다 막내딸 생각이 난다.
두 번씩이나 막내딸 몰래 갈비를 먹은 것 같아서 미안했다.
딸은 갈비를 좋아하는데 우리끼리만 먹는 것 같아서 께름칙한 마음도 씻어버릴 겸 주말에
갈비를 구어 놓을 테니 사위가 와서 가져다 먹으라고 했다.
딸은 머리를 굴리더니 한다는 소리가 우리 집에 와서 굽는 즉석에서 먹겠단다.
아이들을 데리고 몰려오면 두세 시간 머무는 것은 금방이다.
아무리 마스크를 쓴다 해도 먹으려면 마스크를 벗어야 할 것 아니냐.
방송을 들어보면 아이들은 전염성이 강해서 될 수 있는 한 아이들과의 접촉을 피하라고
했는데 …….
궁리 끝에 우리가 갖다 줄 테니 오지 말라고 했다.
컴뮤니티 수영장 앞에서 기다릴 테니 나와서 가져가라고 했다.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시대가 코로나 19 시대인지라 피할 것은 피해야 한다.
수영장 앞에서 기다리는데 딸네 온 가족이 어린이 카트를 끌고 나온다.
길가에서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만나 반가워했다.
마스크 쓰고 보는 거지만 보면 좋다.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확인하고 새로 태어난 손주도 보고 손녀들 인사하는 법
안 잊어버렸는지 연습도 시키고. 손녀 읽을 동화책도 한 보따리 싸서 건네주었다.
길 건너에 보이는 컴뮤니티 수영장도 한 가정 한 시간으로 제한되어있단다.
예약제로 전세내서 쓰는 식이다.
세상은 어쩌다가 사람들이 만나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되었는지……
서로 말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되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