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 된 아기가 처음 데이케어에 가던 날
딸은 해산휴가가 끝나 일터로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데이케어에 맡기게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아기 맡기는 것도 인원 제한이 있어서 제한된 숫자만 밭는다.
딸은 아이 셋을 맡겨야 하는데 인원 제한에 걸려 자리를 놓치면 큰일이다.
출근하기 이주 전부터 아이들을 맡겼다.
딸은 집에서 놀면서도 데이케어 자리를 확보하느라고 이주치 베이비시터 돈을 지불하면서
일부러 아이를 맡겨야 했다.
베이비시터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나마 둘째가 기저귀를 떼서 조금 덜 낸다고 해도
이제 겨우 다섯 달 된 아기는 높게 지불해야 한다.
둘이서 번 돈 절반은 베이비시터로 나갈 것이다.
지난 월요일 드디어 아이들을 데이케어에 데려다 주었다.
큰아이(4), 둘째 아이(2)는 이미 데이케어에 드나들어서 익숙하지만, 갓난아기는
베이비시터에게 처음 가는 날이다.
아기라 해도 왜 분위기를 모르겠는가. 분위기가 어색한지 찡그리며 울려고 한다.
다행인 것은 낯이 익은 누나가 둘이 있으니까 아주 낯설지는 않으리라.
아이를 기르려면 베이비시터가 큰문제다.
막내딸이 셋째를 나면서 나는 은근히 걱정됐다.
아이 셋을 데이케어에 보내는 것도 그렇고 그 많은 베이비시터 돈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걱정이 앞섰다.
최소한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딸네 집에 가서 애들을 봐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아내는 고개를 흔든다. 나도 늙었다는 것이다.
하긴 그렇다. 아이들 봐준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입 꾹 다물고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미국 대법관 지명자 에이미 코니 배럿은 대단한 여자다.
자신의 아이가 다섯이나 있는데도 지진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에서 흑인 고아 두 명을
입양해서 기른다.
에이미는 흑인 딸 비비안을 입양할 때 14개월 된 아기가 영양실조로 3개월짜리 아기 옷을
입고 있었다.
주변에서 비비안이 자라더라도 정상적으로 말하거나 걷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 비비안은 체육관에서 남자 선수들과 같이 뛰고 있다.
하고많은 고아 중에서 비정상적인 아이를 입양한다는 게 보통 사람이라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선뜻 입양했다는 것은 어딘가 그녀는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점이
엿 보이는 부분이다.
항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진의 벽을 두껍게 하기 위해서 서둘러 에이미 배럿을
대법관으로 지명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삶을 돌아볼 때 흠만 잡을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당장 나의 누님과 함께 여행 다니는 친구 딸이 샌프란시스코 로폼에서 변호사로 일하는데
자신의 아이 둘에다가 한국에서 자폐증 아이를 입양해서 길렀다.
아이를 특수학교에 보내면서 거의 정상에 가깝게 길러냈다.
지금 그 아들이 20세인데 “할머니, 할머니“하면서 잘 따른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도 사랑으로 아이를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만 들어도 나는 숙연해진다.
별천지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