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맞아 수필집을 출간했다.
올 가을 한 달 간격으로 책을 두 권 냈다.
하나는 소설집 <유학>이고, 조금 뒤늦게 낸 책은 수필집 <참기 어려운, 하고 싶은 말>이다.
가장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부지런히 글을 썼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갇혀있는 시간이 써놓았던 글을 정리하기에 딱 좋았다.
이번 수필집에는 45편의 수필을 280 페이지에 나눠실었다.
늙어가면서 일어나는 신비한 변화들을 찾아 담았고,
나만이 터득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도 모아 실었고,
글을 쓰면서 사랑받고 사랑해야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내기도 했고,
행복도 철따라 다르다는 것도 터득하게 되었다.
행복이 오는 소리는 어떤 소리인지 구분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미국 교포를 어떻게 보는지 그 경험담도 실었고.
LA 한인 타운을 여행하면서 느낀 소감도 적었다,
‘재미있는 지옥 재미없는 천국’은 어떤 곳인지도 알게 되었고.
행복하라고 태어난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도 되었다.
미국에서 반세기를 살면서 향수병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느껴도 보았다.
한겨울 눈이 내리는 데 왜 그리움이 다가오는지, 봄은 왜 우리를 설레게 하는지 그 진위도
알게 되었다.
사랑도 해 보고, 사랑 심부름도 해 보고, 작지만 확실한 사랑은 어떤 것인지 공부도 했다.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 날, SNS만 열면 얼마든지 좋은 글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훌륭한 파라솔을 펼쳐 놔도 나무그늘의 시원함만 못하듯이, 아무리 좋은 인터넷 글도
책 읽기의 신선함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람은 가을을 몰고 와 뿌려놓고 떠나간다.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려는 가을과 함께 못다 읽은 책들의 아쉬움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수록된 수필 중에서 소제목 ‘참기 어려운, 하고 싶은 말’의
진실이다.
<1958년 서울 반도호텔 1층에 반도 갤러리가 있었다. 외국인들에게 팔기 위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박수근 화백의 그림도 걸려 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마가렛 밀러 여사가 박 화백의 그림을 보고 반해서
그림을 미국에서 팔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박 화백은 그림 십여 점을 밀러 여사에게 보냈다.
그 후 여러 번 편지가 오고가기는 했으나 그림이 팔렸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 당시는 수하물이 선편으로 오고 갔는데 운송료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지 못한 십여 점의 그림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양구 박수근 미술관 전시실에는 마가렛 밀러 여사의 편지가 여러 통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에 이런 말도 나온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낙심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당신이 언젠가 유명한 인물이
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몇 가지 색상과 화풍은 변함없이 지속해 나가셨으면 합니다.”
이런 문구로 보아 밀러 여사의 그림 보는 안목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십여 년 전에 사실을 확인하고자 양구 박수근 미술관을 2번이나 방문했다.
방문해서 확인해 본 결과 박 화백이 그림을 보낸 게 사실이며 그림의 행방이 묘연한 것도
사실이다.
반세기 넘게 미국에서 살면서 시간 있을 때 마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아에 산재해 있는
골동품상을 들러보곤 한다.
한국이 낳은 위대한 화가의 그림이 헛되이 버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미국 어느 지역에서 살든 박 화백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
찾아내야 하겠기에
<참기 어려운, 하고 싶은 말>에 실화를 자세히 서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