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엔 손주 손녀 생일이 겹치는 바람에 한꺼번에 생일 파티를 열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파티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줌으로 모였다.
줌에 모여서 떠드나 실제로 모여서 떠드나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지금처럼 바쁜 세상엔 줌이 더 잘 어울린다.
줌으로 모이는 게 보편화되면서 어떤 면에서는 더 편리하고 간편해서 좋은 면도 있다.
파티가 끝나면 곧바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간편해서 좋은 것 같다.
친손주는 11살이 되면서 지 엄마가 커다란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11개의 촛불을 밝혔다.
외손녀는 5살이 되면서 아이들 단 거 못 먹게 하느라고 혼자 먹을 수 있는 컵케이크에
촛불 하나를 밝혔다.
미국에는 생일이 일 년에 한 번뿐이다.
생일에 생일 케이크를 마련해 놓고 촛불을 밝히고 축하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한 살 더 먹는 거다.
내가 어려서는 한국에서 생일이 두 번 있었다.
집에서는 음력 생일을 공식적인 생일로 치고 미역국을 먹었다.
나는 음력으로 1월 6일이 생일이고 양력으로는 2월 10일이다.
양력 생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미역국을 먹었다.
그렇다고 생일날 한 살을 더 먹는 것은 아니다.
나이는 음력 설날에 떡국을 먹으면서 온 국민이 다 함께 먹는다.
수백 년 동안, 한국인들은 나이를 계산하기 위해 세계의 대부분 나라들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 왔다.
음력, 명목 연령, 동아시아 연령 계산법이라고도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국 연령이라고만 한다.
이 방법은 중국에서 유래되었지만, 오늘날 한국만이 여전히 그 방법을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이다.
한국 나이는 생일이 아니라 새해 첫날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는 바로 다음 날 실제로 두 살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오늘 날 중국인들은 두 개의 생일을 가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회원들에게 두 번의 생일을 축하하라고 말한다.
그들이 태어난 날, 그리고 그들이 공산당에 가입한 날.
중국 공산당(CPC)은 당원들에게 ‘정치적 생일‘ 즉 당에 입당한 날을 재탄생한 날로 축하하게 하고 있다.
영국 왕은 생일이 두 번 있다.
군주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공식 축하 행사는 종종 실제 생일 이외의 날,
특히 실제 생일이 여름에 있지 않은 날에 개최한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7세는 11월 9일에 태어났지만, 그의 공식 생일은 5월이나 6월 날씨 좋은날을 잡아 표시하였다.
생일 퍼레이드를 치루기에 좋은 날씨의 가능성이 높은 날을 잡기 때문이다.
여왕은 보통 실제 생일을 개인적으로 보내지만, 공식 생일 행사는 한낮에 런던 중심부에서
총기 경례로 공개적으로 치른다.
하이드 파크에서 41발의 총 경례, 윈저 대공원에서 21발의 총 경례, 런던 타워에서
62발의 총 경례가 이뤄진다.
생일이 3번인 사람은 없다.
일 년은 365일뿐이어서 세계 인구 77억 명이 나누어 갖기에는 터무니없게 부족하다.
인류의 생일이 겹치는 이유이다. 보통 1일에 2천만 명의 생일이 동시에 발생한다.
실제로 미국 상원 의회 100명 의원 중에서 10월 20일 같은 생일을 함께 보내는 세 명의 상원의원이 있다.
카말라 해리스(부통령 당선인), 브라이언 샤츠, 쉘든 화이트하우스 의원이다.
상원 의장은 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세 의원의 생일부터 축하하고 진행한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들에게 생일은 선물이 가장 중요하다.
손주에게는 지 엄마더러 아이가 좋아하는 선물을 대신 사서 주라고 돈을 미리 주었지만
손녀는 손녀가 좋아하는 선물을 사 놓고 주지는 못하고 줌으로 보여만 주었다.
생일 파티 내내 잠만 자던 동생(3살)이 깨어나서 보았더니 엄마가 지 언니에게만 새 장난감을 사서 준게 아닌가?
아이들을 위한 손목시계인데 차고 있으면 불이 번쩍인다.
동생이 야단이 났단다. 3살짜리 동생은 아직 생일이 무엇인지 모른다.
달래주느라고 혼났단다.
아내가 사 놓은 생일선물은 아직 전해주지도 못했는데, 오는 일요일에 길에서 만나
큰손녀에게 주면 작은 손녀가 얼마나 야단법석을 떨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