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 눈앞에 보인다
김 의원은 김 비서관이 문을 열고 서 있는 그랜저 뒷문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비서관이 잽싸게 문을 닫고 자기는 앞좌석으로 들어갔다. 차 안 공기는 이미 따뜻하고 포근한 게 안방 같았다.
“갑시다.”
“네, 의원님 국회로 모시겠습니다.”
“여보게 운전기사, 자네 성이 김 씨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음, 그래? 비서관 자네도 김 씨 아닌가?”
“그렇고말고요. 의원님도 아시면서……”
김 비서관은 김 의원을 향해 살짝 눈을 흘기면서 말했다. 김 의원은 비서관 입가의 미소가
밉지 않았다.
“한반도는 말이야, 김 씨가 잡아야 해. 신라 때도 말이야 김 씨가 정권을 잡고 있을 때
말이야 통일이 됐잖아. 지난번 김대중 대통령 때 말이야, 통일이 됐어야 했던 건데 말이야,
음~ ~ 아깝게 됐어. 하지만 말이야, 이번에는 달라. 어떻게 해서라도 달성해야 한단 말이야.”
“아문, 그렇고말고요. 정권 잡은 김에 한 20년 잡고 있으면 통일이고 뭐고 다 되고도
남습니다요.”
“그렇게 될까?”
“아문, 그렇게 되고말고요. 보십시오. ‘공수처 법’ 통과시켰는데도 아무 소리 없잖아요?
처음부터 내가 그랬잖아요. 국민이 의원 정족수를 180석이나 주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했지 않습니까? 야당의 거부권을 박탈하는 ‘개정 공수처법’도 통과 했는데
이것이 다 국민이 원하는 거 아닙니까?
보세요. ‘5.18 역사 왜곡 처벌법‘ 통과 됐지요, 거기다가 ’5.18 유공자 연금 얼마 받는지 질문 금지법‘도
만들길 잘했지요. 법이 있으니까 5.18 유공자가 연금을 얼마 받는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저 법으로 만들어놓으면 자기들이 어쩌겠어요? 법이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하는 말인데요.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보다도 윤 총장의 손발을 묶어놓아야 하는데 기왕이면
’윤석열 방지법‘을 만드는 게 더 낳을 겁니다.
보세요. 윤석열이 지지도가 1위입니다. 검찰총장 그만두면 야당에서 모셔다가 대통령
출마시키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어요. 힘 있을 때 눌려놔야 합니다요. 오늘 국회에 들어
가시면 제일 먼저 ’윤석열 출마 금지법‘을 제출하십시오. 아니 ’윤석열 방지법‘을 제출하셔야 합니다.
그 길만이 우리 민주당이 살아나는 길이요, 그 길만이 김 씨가 한 반도를 장악하는 길입니다.
’대북 전단 금지법‘도 만들었지요. ’김여정 하명법‘도 만들었지요, 이쯤 되면 다 돼가는 거
아닌가요?“
“예끼 이사람, ‘김여정 하명법’은 통일 싫어하는 야당 족속들이 하는 말이잖아.
그러나 저라나 윤 총장 한 사람 잡았다고 통일이 되는 게 아니잖아? 나는 말이야 이까짓
남쪽 대통령 따위 가지고 말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적어도 통일 작업을 완수해야지.“
“아문, 그렇고말고요. 통일에 관한 한 의원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요.
그러면 말입니다, 이판사판 만들어야 하는 법인데 말입니다. 이통에 아주 만들어버리지
그러세요.”
“이통에 뭘 만들라는 건가?”
“왜 있잖아요. 지난번에 말씀드린 거 말이에요. 벌써 잊으셨나요?”
“지난번에 뭘 말했다는 거야?”
“아 그거 말입니다. 김정은과 김 씨 일가 비방 금지법‘ 말입니다.”
“에~ 또. ‘김 씨 일가 비방 금지법‘ 말이야. 그 법 하나 가지고는 통일 과업을 이루기
어려울 것 같단 말이야, 좀 더 강력한 법이 없을까?”
“있고말고요. 진작에 그렇게 말씀하시지 그랬어요. 국회 정족수가 180석이 넘는데 안 될게 뭐가 있겠습니까요.
이번에는 진짜 법을 하나 만드시지요.”
“진짜 법이라니 그게 뭔데?”
“이 법을 만들면 말입니다. 온 국민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법이 북쪽에 선포된 다음 북쪽은 한 덩어리가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요.”
“여보게, 비서관 서론만 떠들지 말고 그 법안이 무엇이냐고 묻잖아.”
“아, 예, 말씀드리지요. 그러니까 이 법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범을 잡는 법이지요.”
“아, 답답해 죽겠네, 그래서 그 법이 뭐야.”
“아, 예, 그 법은 말입니다. ‘김일성 숭배법’이라는 건데요, 어감상 조금 어색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일단 만들었다 하면 직통으로 효과 만점입니다요. 뭐 법인데 법대로 해야지요.
법으로 숭배하라고 했으면 하는 거지요. 북쪽을 보세요. ‘김일성 숭배법’을 만들었더니
온 국민이 숭배하잖아요.“
“그건 북쪽이고 남쪽 사람들은 이미 자유란 맛을 보았는데 숭배법을 따를까?”“핑계가 좋잖아요.
법을 안 지키는 자는 무기 내지는 사형에 처한다는 데 자기들이 안 지키고 배길 수 있나요.
북쪽 사람들이라고 바보가 돼서 법을 따르나요? 안 지켰다가는 하나밖에
없는 모가지가 달아나는데 지들이 어쩌겠어요?”
“그것도 그러네, 그렇게 되면 자동으로 김 씨가 부각될 것이고 김 씨가 앞에 나서면서 통일을 이룰 것이다 이거렸다.”
“아문요, 틀림없습니다요. 통일의 과업을 이루고도 남을 것입니다요.”
“좋았어, 그렇다면 내가 나서보지. ‘김일성 숭배법’이라, 그럴듯하네. 자네 머리 하나는 참
좋아. 하기야 그러니까 내 비서관이지.”
“아문요, 국민이 180석을 줄 때는 해 보라는 거 아니겠어요?”
“해 보라고 한 건 맞는데……. 아무거나 다 해 보라는 거였나?”
“당연하지요. 아무거나 다 해보라는 거 맞습니다. 해 보라는 국민의 명령을 안 따르는 것도 위법입니다요.”
“음, 그래? 그렇다면 해 보지 뭐. ‘김일성 숭배법‘이라, ’김일성 숭배법’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