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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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마당, 옆집과 경계선에 동백꽃이 피었다.

동백도 동백나름이지 이건 우리나라 남쪽에 가면 피는 동백이다.

동백꽃도 종류가 많아서 한 50여종 된다더라.

동백꽃 하면 선운사 뒤뜰에 동백꽃이 볼만하다고 시인마다 읊어대기에

일부러 큰 맘 먹고 멀리 선운사까지 동백을 보로 갔었는데

동백나무가 숲을 이뤘건만 숲이 너무 무성해서 진작 꽃은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더라.

 

동백꽃                                                     서정주

 

선운사 골짜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로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이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

 

<6.25 전쟁 때 시인이 동백꽃을 보러 선운사에 갔더니 작년 이맘때 술 딸아 주던 선술집

아낙은 공비에게 끌려갔고 육자배기 쉰 목소리만 들리는 것 같다는 슬픈 시이다.

말이 좋아 동백꽃 보러 갔다는 거지 실은 아낙이 보고 싶어 꽃도 피기 전에 갔던 것이다.>

후일 왜 많은 시인들이 선운사 동백을 시로 읊었는지 알게 되었다.

꽃 중의 꽃 장미도 시들면 꽃잎이 하나둘 떨어진다. 꽃들은 한물가면 잎이 떨어져나간다.

하지만 동백꽃은 여느 꽃과는 달리 꽃이 송두리째 떨어진다.

치사하게 한잎 두잎 떨기지 않는다.

그 모습 을 보고 마치 남자에게 버림받은 아름다운 여인의 자존심으로 묘사했던 것이다.

동백꽃은 예부터 이루지 못한 사랑의 상징이었다.

 

선운사 동백꽃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사랑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동백은 겨울에 핀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종족번식을 우선순위로 발전해왔다.

동백이 겨울에 피는 까닭도 예외는 아니다.

꽃 피우기에서 경쟁자를 따돌리고 종족보존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겨울에 핀다.

언뜻 듣기에 아이러니 하지만 승리의 지름길은 경쟁자 없는 단판이다.

문제는 벌도 나비도 없는 겨울날에 어떻게 꽃가루받이를 할 것인가이다.

이 어려운 숙제를 아주 작고 귀여운 동박새와 ‘전략적 제휴’를 함으로써 슬기롭게 해결했다.

새는 사람처럼 색깔을 구분할 줄 안다. 그중에서 빨간색이 가장 눈에 잘 띈다.

동백꽃은 핏빛 빨간 꽃잎에 진노란 커다란 꽃술을 안고 맨 아래에 꿀 창고를 배치해 놓았다.

동박새로서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하여 열량이 높은 동백나무의 꿀을 열심히 따먹어야 한다.

동박새가 벌과 나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동백은 동백대로 현명하게 머리를 굴린다.

 

내가 진짜 동백꽃을 보고 감탄했던 때가 있었는데

멀리 홍도에서 만났던 동백은 그 아름다움이 한층 돋보였다.

그때도 12월 겨울이었는데 하얀 눈 속에서 동백이 피어있으니 얼마나 반갑고 예뻐 보이던지.

나는 그때 동백꽃을 보고 과연 동백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지금 우리 집과 옆집을 구분 짓는 선으로 동백을 나란히 심었다.

내가 심은 게 아니라 옆집에서 심었다.

키가 큰 것도 아니어서 어른 가슴 정도의 동백이 줄지어 서서 꽃을 피워댄다.

참 예쁘다. 겨울철 꽃이어서 더욱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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