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소리로만 불던 바람
그것도 날바람이
해가 뜨면 그칠 줄 알았네
웬 걸 더 세세 불어대네
누가 주었나보다
옆집 키 큰 미송이 미친 듯 몸부림치는 것이
외아들을 잃은들 저만치 괴로우랴
밤새 울부짖고
못다 짖은 울음이 상기도 남아서
바람에 실려 오는 소리
애처롭게 들리네
밤새도록 바람이 몹시 불었다.
바람이라기보다는 강풍이었고 그것도 날바람이었다.
아침에는 그칠 줄 알았다. 그러나 웬걸 더 불고도 넘친다.
뉴스에서 떠드는 소리는 남의 이야기이고
우리 집 파손된 곳은 없나 나가보았다.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에 마지막 감 다섯 알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서너 집 건넛집은 키 큰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전기선을 치는 바람에 전기가 나가서
PG&E 트럭이 아침부터 고치느라고 부산을 떤다.
나무마다 삭정이란 삭정이는 다 떨어졌다.
옆집 키 큰 미송이 바람에 흔들리는 게 금방 넘어질 것처럼 보였다.
저 큰 나무가 쓰러지면 우리 집은 물론이려니와 바로 밑 집도 파손이 크게 날 것이다.
바람이 무섭게 부는지가 벌써 열 시간 가깝게 됐는데 그칠 줄 모른다.
어쩌다가 겨울바람이 몹시 부는 까닭은 나무의 죽은 가지를 떨어내기 위한 것 같다.
죽은 가지는 떨어내고 새 가지에게 자라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일 것이다.
나무나 사람이나 개혁 없이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오후 3시가 되면서 바람이 잦아들었다.
이통에 동네 한 바퀴 걸었다.
나무 가지 떨어진 잔재가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다.
공원 한쪽에 키 큰 나무는 쓰러지기가 무섭게 공원 관리자가 토막토막 내서 쌓아놓았다.
강풍이 부니까 소방서, 전화국, PG&E 직원들은 대기 상태였던 모양이다.
건수가 발생하면 즉각 출동하는 거로 봐서.
동네를 걷다 보면 종종 거저 가져가라는 사인이 눈에 띈다.
오늘은 박스에 과일을 담아놓았다.
박스 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커다란 레몬이 여러 개 있다.
자기네 집 과일나무에 열린 레몬을 나눠 먹겠다는 거다.
아내가 세 개나 집어 왔다. 레몬이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굵고 쥬시하다.
레몬은 생선 구울 때 쥬스를 짜서 바르면 비린내가 사라진다.
미국인들은 레몬을 쥬스에도 타 마시고 요리할 때도 넣고 용도가 다양하다.
바람이 그치고 나면 바람 불기 전보다 더 잔잔하고 고요하다.
코로나 대유행 때문에 식당이든 쇼핑몰이든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건 위험하다.
자연 환경에서 활동하는 게 월등 안전하다.
제아무리 인간이 머리를 써서 훌륭한 건물이나 구조물을 만들었다 해도 사람이 만든 밀폐된 공간이어서
‘잘 지었다,’ ‘편안하고 좋다’ 한들 하나님이 만든 자연 환경엔 비교가 될 수 없다.
자연에서 지내면 코로나에 안 걸리고 인간이 만든 공간에 들어가면 위험성이 높아진다.
코로나 대유행은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경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