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예고대로 밤새 강풍이 불었다. 비도 뿌렸다.
창문이 흔들리고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어두운 밤에 비바람이 치면 소리로만도 위협적이다.
불안하고 무섭기도 하다.
볼 수 없는 곳에서 일어나는 소리는 들리는 만큼 겁도 난다.
무엇인가 날아가고, 부서지고 제자리를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다. 밖이 고요한 게 이상하다.
간밤에 무섭게 불던 비바람이 어디로 갔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먼동이 보인다.
비바람인지, 폭풍인지는 빛이 무서워 사라지고,
조용히 그것도 얌전하게 아침을 기다린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날이 밝으면서 강풍에 얻어맞은 현장이 드러났다.
나뭇잎이 널브러지게 흩어져 있고 울타리 송판이 여러 장 날아갔다.
틈새로 노루가 뒷마당에 들어와 “이게 웬 떡이냐” 하면서 화초를 맛있게 먹는다.
원래 웬 떡은 내 몫이 아니다. 내 몫이 아닌 웬 떡은 더 맛있기 마련이다.
웬 떡은 먹으면서도 불안해서 연상 뒤를 돌아본다.
노루는 지난밤을 어디서 지새웠을까.
어둠이 무서워, 비바람이 무서워 뜬눈으로 지새웠을 것이다.
가련한 노루는 빛이 좋아 나섰고, 나서다 보니 웬 떡을 만났는데…….
노루 생각
도둑고양이처럼 어린 노루 뒷마당에 나타났네
화초가 쿠키인 양 맛있어하네
사람 눈엔 화초
노루 눈엔 쿠키
토끼 귀만큼 커다란 귀
발자국 소리에 귀가 번쩍
놀란 노루 고개 돌리네
커다란 매그노리아 잎을 먹고 잎을 닮은 귀
개미 기어가는 소리도 들리겠네
목에서 소리 날까 봐 성대를 떼어놓고
꼬리 흔들다가 소리 날까 봐 꼬리를 자르고
발자국 소리 날까 봐 발톱으로 디딘다.
커다란 눈을 껌벅이는 게
겁만 품고 사는 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