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동네를 걷다가 오늘은 이상한 장면을 보았다.
길가에 책을 내놓고 거저 가져가라는 거다. 처음 보았기 때문에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앞에 우체통 같은 박스를 설치해 놓고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는 예는 보았다.
우체통 같은 박스에는 책들이 있고 보기를 원하는 사람은 집어가면 된다.
하지만 다 읽은 다음에는 도루 가져다 놓아야 한다.
오늘 내가 본 생뚱맞은 장면은 빌려 주는 게 아니라 그냥 가져가라는 것이다.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박스에 20여 권 책을 넣어놓고 거저 가겨가란다.
책 목록을 훑어보았는데 최근에 출판한 책들이다.
그 중의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내가 집어든 책은 패트릭 테일러의 ‘아이리시 시골의 작은 집’이라는 책이다.
작년에 뉴욕에서 출판했고 뉴욕 타임스가 극찬했다는 글이 쓰여 있다.
흥미로워서 들춰보았다.
Patrick Taylor라는 작가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는 작가이지만 미국에서는 그의 작품이
많이 팔려나갔다.
패트릭은 아이리시 작가로 2000년 때부터 아일랜드 시리즈 소설을 써오고 있다.
아일랜드는 영국에 붙어있는 작은 국가다.
국가가 작다보니 힘 센 영국에 합병된 신세다.
마치 조선이 일본에 합병되었던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정치적으로 아일랜드는 독립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봉기할 때마다 폭도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영국의 지배 정치에 반대한 아이리시들이 신대륙으로 건너와 투쟁 아닌 투쟁을 지속하는
실정이다.
패트릭 테일러 역시 캐나다 뱅쿠버에 거주하면서 아일랜드 시리즈를 쓰고 있다.
‘아일리시 시골의 작은 집’은 아일랜드 시리즈의 13번째 소설이다.
아이리시 컨트리 시리즈 소설은 패트릭 테일러가 쓰고 포지 북스가 출판한 역사 소설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아이리시 컨트리 닥터’는 2004년 발간되어 2005년 BC Book Awards,
Fiction Awards를 받았고 2007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3개 국어로 번역 되었고 몇몇 국가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시리즈는 아름다운 아일랜드의 허구 마을 발리버클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제1권에서는 1969년 정치적 문제를 다룬다. 신교와 구교간의 갈등, 신분적 계급과 정치적 혼란을
다루는 가하면 제2권에서는 초보 의사 배리 래버티가 핑갈 플래허티 오레일리
박사의 습관적 관행을 따라하는 데서 시작이다. 조교 배리가 결혼해서 임신을 윈하지만
이루지 못하는 문제도 다룬다.
내가 집어 들고 온 책은 2018년에 출간한 제13권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즐겁고 유쾌한 시즌에 집이 불에 전소되는 갈등을 다뤘다.
가을로 접어든 날씨가 제법 선선하다.
어제 갔던 길을 다시 걷는다. 잊고 지나던 길가에 박스가 눈에 띈다.
어제 보았던 박스라는 게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책은 다 집어가고 세권만 박스 안에 남아 있다.
‘거저(Free)’라는 글자가 주인을 대신해서 손님을 부른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Free를 좋아한다.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은 Free다.
Born Free, Free Air, Freedom.
Free를 철학적으로 말하면 “자유”, ‘해방’, ‘무료’, ‘무제한‘, ’무형식‘ 뭐 이런 것일 게다.
누구보다도 Free를 좋아하는 사람은 노래 부르는 가수일 것이다.
미국에서 ‘Free’라는 제목으로 부른 노래가 백여 곡도 넘는다.
‘Free’라는 앨범도 그만큼 많다.
가수들은 스타일부터 Free다. 머리도, 수염도 입은 옷도 목소리도 다 Free다.
Free라는 말보다 더 소중한 말도 없다.
사람들은 Free가 자유라서 좋아하고, 나는 Free가 거저라서 좋다.
세상에 Free 보다 좋은 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