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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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말하지 마라.

말이 씨가 된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말은 그 사람 생각의 표현이니 그가 생각하는 게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의 의중을 알겠다는 말이다.

곧 그의 말은 그의 믿음이요 철학이다.

 

젊었을 때 친구 와이프가 늘 말했다.

죽기 싫어서 바둥대는 사람이 보기 싫다고, 갈 때가 되면 가야지 더 살아보겠다고 바둥대면

뭐 하겠느냐는 것이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만, 당해보지 않고 어떨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닌 게 아니라 친구 와이프는 삶과 죽음에 도가 튼 사람처럼 초연하게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서 하기 싫은 운동도 안 하면서 살았다.

당뇨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늘 외식으로 인생을 즐겼다.

그녀가 말한 대로 칠십도 되기 전에 갑자기 죽었다. 당뇨 합병증으로…….

 

캐나다에서 사는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었다.

친구가 술을 마시겠다며 가져오란다. 나는 술을 안 마시니까 집에 술이 없었다.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며 따지고 대들던 친구였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굵게 짧게 사는 게 낫지 않겠냐고 힐난했다.

그러던 친구가 칠십도 되기 전에 폐암으로 죽었다.

따져보면 굵게 살지도 못하면서 짧게만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는 유튜브가 발달해서 건강 상식이 넘쳐난다.

건강 상식이 널려 있어서 안 들으려고 해도 마구 들려온다.

몸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을 본인 건강에 맞게 찾아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하지만 내 몸 남의 몸 따질 것 없이 공통으로 몸에 나쁜 음식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가공식품이다.

가공식품 중에서 대표 주자는 뭐니 뭐니 해도 라면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라면 하면 세계에서 한국 라면을 제외하면 볼 게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맛있기로 치면 한국 라면을 당할 나라가 없다.

그런 라면일지언정 건강을 위해서는 먹어서 안 되는 식품이다.

 

라면 안 먹은 지도 어언 십 한 오 년은 넘었지 싶다. 거의 잊어버리고 살다시피 했다.

어느 날 늘 드나들던 블로그를 보았더니 늦은 밤, 자기 전에 라면을 끓여 먹었더니 맛이

꿀맛이더란다. 댓글 단 사람들도 모두 동의한다. 나도 동의했다.

갑자기 라면이 생각나면서 그립다.

먹으면 안 좋은데, 한 번쯤이야 어때하는 두 마음이 싸웠다.

며칠이 흘렀다. 점심으로 출출해서 라면을 꺼내 들었다.

라면에는 종류도 많고 맛있는 라면도 많은데 안 먹다 보니 우리 집엔 라면이 없다.

누군가 먹다 남은 진라면이 한 봉지 돌아다닌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일단 냄비에 물을 끓였다.

라면은 반으로 뽀갠 다음, 반은 다시 싸서 넣어두고 반만 끓였다.

원래 라면은 농심 신라면이 맛있는 건데 먹어보지도 않은 진라면밖에 없기에 끓인 거다.

어쩌다가 먹었더니 진라면도 괜찮다.

역시 라면은 맛있다고 인정할 만하다.

예전에는 라면 하나로는 모자라서 두 개를 넣고 끓여 먹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때가 그립다.

라면을 펑펑 먹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니라고 최면을 걸고, 보지 않으면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법칙을 다시 상기해 본다.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은가를 따지기보다는 어떤 음식을 피할까가 더 중요하지 싶다.

이미 다 먹어보고 경험해서 아는 나이 쯤 되면 안 먹어도 먹은바나 진배없다.

라면 맛이 다 그렇고 그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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