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기대 수명 차이가 최근 40~50년 사이 점점 더 벌어지면서
부자보다 일찍 죽는 가난한 사람들이 소셜 연금 혜택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감시 기관인 회계감사원(GAO)이 수명과 은퇴의 관계에 대해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부자와 빈자의 기대수명 차이는 최대 13년에 달한다.
기대수명도 부익부 빈익빈이라 가난한 사람이 13년을 덜 산다는 얘기다.
100년 전만 해도 부자와 빈자의 기대수명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대표적 민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연구조사도 GAO의 조사 결과를
뒷받침한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1920년생 남성과 1950년생 남성이 각각 50세 됐을 때
기대수명을 비교한 결과 소득 상위 10%는 79.1세에서 87.2세로 크게 높아졌으나
하위 10%는 72.9세에서 73.6세로 큰 변화가 없었다.
최상층과 최하층 간 기대수명 차이가 6.2년에서 13.6년으로 벌어진 것이다.
GAO는 기대 수명의 격차로 은퇴 후 받는 소셜 연금 혜택에서도 빈곤층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령 연간 2만 달러를 버는 남성은 평균 연령보다 일찍 죽는 바람에
14%의 연금을 덜 받게 되고 연간 8만 달러를 버는 남성은 평균 연령 보다 더 많이
살아 18%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GAO는 빈곤층은 은퇴 후 거의 소셜연금에 의존해 살아가는데
소셜연금 전액을 온전히 수령할 수 있는 연령을 66세로 높이는 바람에 그때까지 일을 못하는
빈곤층은 수령액이 크게 줄어 이중으로 불평등을 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셜연금 혜택은 62세가 되면 신청할 수 있지만 늦추면 늦출수록 연금액이 많아져
66세에는 수령액 전액을 받을 수 있고 70세로 늦추면 62세때 수령액의 거의 2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의 기대수명이 73세 정도에 불과하고 직장을 그만두면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66세까지 기다리는 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70세까지 기다린다고 한들 오래 살면서 받지도 못한다.
GAO조사에 따르면, 중간 소득 아래로 3분의2에 속하는 소득층의 남성과 여성 56%는
62세부터 소셜연금을 신청한다. 66세까지 미루는 사람은 14%에 불과하다.
최고 부자들이 가장 가난한 계층의 사람보다 오래 살 것이라는 속설이 적어도 미국에서는
맞는 현상으로 입증됐다.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라즈 체티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이 미 정부 인구통계와 납세기록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소득이 상위 1%인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은 남성을 기준으로 87.3세로
하위 1%에 속하는 사람보다 14.6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경우도 소득 상위 1%인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은 88.9세로 하위 1%인 사람보다
10.1년 높았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공개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에 따르면 현재 평균 기대수명은 78.8세이며,
성별로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76세, 81세다.
이 논문에서는 기대수명 증가 속도도 고소득층이 저소득층보다 훨씬 빨랐던 점도 나타났다.
소득 상위 5%인 사람의 기대수명은 남성이 2.34년, 여성이 2.91년 각각 늘어난데 비해
소득이 하위 5%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경우 남성은 0.32년, 여성은 0.04년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구진은 저소득층의 기대수명이 짧은 원인으로 흡연이나 비만 때문에 야기되는
각종 질병의 발병이 많은 점과 고소득층에 비해 예방의료에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점 등을
대표적으로 지목했다.
이 논문은 남성 약 411만명, 여성 약 269만명의 사망 기록을 분석해 작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