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입양이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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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네 루시가 죽었다. 알래스카 머스키로 입양해서 기른 지 12년이 넘었다.

자연 사이지만 그래도 서운하다. 나야 옆에서 보기만 했는데도 서운한데 개를 직접 기르던

딸과 손주는 얼마나 섭섭하겠는가.

개도 질투를 한다. 루시를 처음 입양했을 때다.

루시 혼자여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다가 손주가 태어나면서 어른들의 관심이 아기에게로

집중되니까 루시가 질투를 했다. 한동안 자기를 봐 달라고 짖어대고 끙끙대며 다녔다.

모두들 개가 질투하는 건 처음 봤다고들 했다.

 

벌써 한 달째 개를 입양한다면서 수선을 피웠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이라 너나없이 애완동물을 입양하는 바람에 개 입양에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사람들이 애완견을 버려 대는 바람에 TV에서 제발 입양해 달라고

광고까지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사람들이 집에 머물다 보니 개라도 같이 있어야 해서인지

입양해 가기에 바쁘다.

집에 개라도 있어야지 개 하고 동무라도 하지 그렇지 않으면 말할 사람도 없고 갈 데도

없어서 적막하기 그지없던 모양이다.

개를 입양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 입양소가 바빠진 건 물론이려니와 절차도

까다로워졌다.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배짱이다.

 

딸이 라바돌 믹스를 보고 와서 입양하기로 결정한 다음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넓은 뒷마당의 울타리를 꼼꼼히 점검해서 다시 세워야 했다.

울타리가 낮으면 넘어서 도망가고, 구멍이 있으면 빠져나간다나 뭐라나.

울타리는 6피트 높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해서 높였다.

구멍이 나 있으면 안 된다는 바람에 송판으로 구멍을 다 막았다.

대나무 발을 사다가 울타리를 다시 쳐서 밖이 보이지 않게 했다.

일주일 후에 준비가 다 됐다는 말을 듣고 개 보호소에서 점검인이 나와 자세히 살펴보고

이만하면 되겠다는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일주일을 더 기다린 끝에 입양 서류에 서명하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거의 한 달이나 걸리는 까다로운 절차를 밟고서야 개가 들어왔다.

 

개도 볼 겸 딸네 집에 갔다.

한 살짜리 라바돌 믹스인 암캐인데 브라운에 털이 없는 개다.

눈동자도 브라운인데 처음 보는 남자를 무서워한단다.

무슨 개가 사람을 보면 도망간다.

마치 한국 TV에서 시골 동네에 들개들처럼 사람이 무서워서 도망친다.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꽁무니를 뺀다.

개 아름을 쉐이디로 지었다.

서 있는 사람은 더욱 무서워해서 쉐이디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앉아야 한다.

쿠키를 들고 앉아서 주니까 겨우 엎드려 기어 오면서 쿠키를 받아먹는다.

개는 사람을 보면 좋아서 꼬리를 흔드는 줄만 알았는데 낮을 가리면서 도망치는 개는

처음 보았다.

개도 사람처럼 성격이 다르니까 아마도 쉐이디는 심하게 낮을 가리나보다.

맛있는 쿠키를 자꾸 주면 어느 날 저도 날 보면 쿠키 주는 할아버지구나 하고

알아보고 좋아하겠지.

가느다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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