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메시지가 왔다. 격리 해제 전 검사시행 안내다.
오늘 일산동구 보건소에 가서 격리 해제 검사를 받으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자기 차를 타고 가던지 걸어서 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을 지참하고 비 내리는 거리를 비실비실 걸어갔다.
보건소 건물로 들어가는 정문은 걸어 잠겼다.
코로나 환자들이 드나들까 봐 당도리를 해 놓은 것이다.
주차장에 설치한 검사소에는 지난번 검사받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내 앞에 서 있는 젊은이는 집에 조카 아이가 코로나에 걸려왔단다.
접촉은 하지 않았으나 회사에 출근했더니 회사에서 코로나 검사받고 오라고 해서 왔단다.
각기 사람마다 사정이 있어서 온 사람들이다.
지난번처럼 비닐장갑 끼고 세정제로 손 씻고 서류 작성해 내고 2번 검사실 앞에 섰다.
검사 결과는 내일 문자로 보내준단다.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오는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커다란 가마솥에서 찐빵이 익어가고 있었다.
2,500원을 주고 찐빵 3개가 든 비닐봉지를 들고 비 오는 길를 덜렁대며 걸었다.
집에 오자마자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일산동구 보건소입니다.
4월 15일 낮 12시 이후 자가 격리가 해제됩니다. 격리 해제 후에는 자가 격리 보호 앱을
삭제하시고요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시면 됩니다. 아울러 격리 후에도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손 씻기 등 기본 위생 수칙을 실천해 주시고, 건강 이상 발생 시
코로나 검사받기를 권합니다.
불편함을 견디며 자가 격리하고 계시는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자가 격리의 강도 높은 방역에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노력으로 더 큰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격리 해제 시까지 방역 수칙을 잘 준수해 주시고 하루빨리 일상 속
행복을 되찾길 기원합니다.>
이쯤 되면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맘 놓았다가는 큰일 날 뻔했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위치 확인 신호가 연거푸 걸려왔다. 아마도 해이해진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는 시간대였나보다. 오후 5시에 걸려오고 나서 7시에 다시 걸려 왔다.
자고 났더니 새벽 5시에 또 걸려 왔다.
마치 형사에게 추적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몹시 나빴다.
연장으로 걸려온 문자 메시지에는 ‘재난 정신건강 자가진단’이 두 번이나 있었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우울증 증상 자가 진단 설문조사. 불안 증상, 신체 증상 점검하기
설문조사 등 읽고 답할 게 많다. 5 선다형이어서 마치 입시 시험 보는 것 같았다.
자가 격리도 힘들지만, 끝내기도 어렵다.
정오가 되면서 자가 격리는 끝났다. 끝나기가 무섭게 동사무소로 달려갔다.
보건소에 들렀다가 걸어오는 길에 동사무소 앞에 입간판을 보았는데
‘제2차 경기도 재난 기본 소득 1인당 10만 원 지급’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도 해당될 것으로 알고 들어섰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간단한 서류를 작성했다.
카드 한 장을 준다. 6월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고양 화폐’다.
고양시에서 사용하라고 ‘고양 화폐’라고 한 모양이다.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내 식품점에 들러서 ‘고양 화폐’ 받느냐고 물어보았다.
“우린 안 받아요. 소상인들만 받는 거예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인터넷을 들춰봤다. 고양 화폐 받겠다고 나선 상점을 보니 커피점이 열댓 개 되고
어린이 그림 책방이 한 군데다. 이거 써먹지 못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리가 있나. 동네 반찬가게에 들렀더니 감지덕지 받겠단다.
떡집에서도 대환영이다.
‘고양 화폐’ 정말 잘 써먹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도민을 위한 정책 알아서 잘 집행하는 사람 맞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정말 코로나 방역 잘하는 나라다. 백신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백신만 있으면
코로나 사태 금방 해결하고도 남을 것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온 국민이 두 손 모아 코로나 백신을 간곡히 원하는데 어찌 이뤄지지
않겠는가.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하늘이 열릴 것이다.
요양병원, 요양원 노인들이 가족을 만나도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마스크 벗고 활짝 웃는 날을 그려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