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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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세요

너무나 흔한 말이다. 흔하다 못해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예전에도 그랬느냐? 그렇지 않았다.

행복하세요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없었거니와 듣고 나면 닭살이 돋았다.

옛날에는 행복했었기에 행복하세요란 말이 필요 없었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에 가면 몰몬교 본부가 있는데 관광객을 위한 짧은 영상을

보여준다. 그중에 천국 장면이 나오는데 3대가 손잡고 걸어가는 모습이다.

말할 것도 없이 예전에 우리 조상은 그렇게 살았다.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기보다는 가깝게 살았다.

 

행복하다“ ”사랑한다이런 말들은 미국 문화가 들어오면서 묻어 들어온 말일 것이다.

이런 말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오늘날 눈여겨보면 원생 국 미국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흔하게 쓴다.

그런가 하면 지금 나는 행복해요하는 말도 흔하게 듣는다. 행복이 넘쳐나는 세상 같다.

지금 행복하다는 말은 예전에는 지금처럼 행복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옛날보다 지금이 풍요로운 세상인 건 맞다 만은 풍요롭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무엇인가 잘 못 이해하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닌지.

 

집에서 한 블록만 걸어가면 일산 교보문고다. 책방이 집 근처에 있어서 좋다.

가끔 교보문고에 들러 책 구경을 한다.

책 장사는 어떻게 해서라도 책을 많이 팔아보려고 머리를 쓴다.

빨간 불 네온사인으로 베스트 셀러라고 번쩍이는 밑에 따로 떼어놓은 책들.

이 책이야말로 꼭 사서 읽어보라고 손짓한다.

책 장사만 그런 게 아니라 출판사도 그렇고 심지어 작가도 그렇다.

어떻게 하면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까 머리를 짜낸다.

 

책방에서 책 제목만 훑어봐도 알 수 있다.

요새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에 관심 있어 하는지. 무엇을 고민하는지.

출판사는 이것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모양이다.

독자들이 좋아해 할 만한 제목만 골라서 붙인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살만한 것 같다가도 아닌 것 같은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

*버티다 버티다 힘들면 놀아도 된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첵 제목이 하나같이 살아 봤더니 이게 아니에요하는 식이다.

 

지금은 경쟁 시대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 간다. 10년 전 다르고 20년 전 다르다.

죽기 살기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유치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이 무슨 경쟁의식이 있겠는가.

부모가 부추기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경쟁은 끝이 없다.

죽을 때까지 경쟁만 하다가 끝난다.

사람들이 시골로 내려가 집을 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장면을 TV에서 풀풀히 보여준다.

산속에 들어가 산다거나, 시골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에는 경쟁 속에서 자기 삶을 살지 못했다고 말한다.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만 하다 보면 사는 게 재미없어진다.

사는 게 재미없다는 말은 삶의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재미없는 삶은 우울증으로 몰고 가고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OECD 국가 중에 한국이 자살률 1위를 차지한 게 거저 얻은 타이틀이 아니다.

미국도 경쟁이 심한 나라이다. 그러나 경쟁의 목표가 자기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이다.

자기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은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

스스로 만족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도달하면 끝내는 것이다.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학교에서 인류를 위한 문명,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인류 발전에 이바지한 위대한 인물들을 추앙하는 것도 같다.

졸업 후에 사회에 진출하면 미국인들은 행복해하고 한국인들은 피곤해한다.

무엇이 이들을 갈라놓는가?

미국인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일한다. 자기만족이 우선이다.

박사 학위 받고도 쓰레기장에서 월급을 더 많이 주면 그리로 간다.

눈치 볼 게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우쳤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성공을 위해 경쟁해야 한다.

출세에 대한 야망, 부에 대한 욕망, 성공을 향한 경쟁은 끝이 없다.

스스로 원했을 수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그것을 원하고 부추긴다.

한국인은 성공이 목표이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는 목표, 동료들처럼 진급해야 하고,

직장 상사의 차가운 눈빛에 반응해야 하고, 친지들이 기대하는 눈치도 봐야 하고,

심지어 이웃이 바라보는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주위의 기대와 믿음이라고나 할까, 환상을 배반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행복이 아닌 남의 시선을 위해서 경쟁하다 보면 지치고 회의를 느낀다.

아무도 없는 시골에 가서 살아야 눈치가 사라지고, 경쟁이 없어진다.

전원에 집을 짓고 살면서 행복해한다. 여러 번 TV 화면에 대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휴가 가서 잠시 쉬는 집도 아니고, 평생을 살아야 할 집이 홀로 동떨어져 있다면

이건 행복이 아니라 피난 생활이다.

 

열심히 일해도 보상도 없고 칭찬도 없는 세상에서 살다 보면, 차라리 게임에 들어가

성취감이라도 얻어보겠다는 젊은이들이 늘어만 간다.

요사이 젊은이들이 읽는 책을 보면 짐작이 간다.

행복하다는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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