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나를 놀라게 하신다.
즐겁게 해 주시려고 그러겠지만 참으로 신비롭고 놀랍다.
예전에 들렸을 때는 라이락이 무리를 이루어 나를 놀래키더니
이번에는 꽃동산으로 나를 놀라게 하였다.
산소로 올라가는 초입, 라이락이 있던 자리에 부채붓꽃이 널부러져 있어서 놀랐다.
다음엔 흰색 찔래꽃이 끝없이 이어지더니 빨간 들장미가 아름답게 피었다.
엉겅퀴의 보라색이 구색을 맞추는가 하면 노란 금계국이 동산을 덮었다.
꽃이 만발한 공원묘지 동산을 보고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나.
여름이 되기에는 아직 이른 봄이다.
동생더러 전철을 타고 금곡에 가자고 했다. 사위가 운전할 테니 사위 차를 타고 가잔다.
젊은 사람이 운전하겠다는데 믿고 타도될 것 같아서 그러자고 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사패산 터널을 지나 달리는 내내 차량이 없어서 좋았다.
명동 성당 최초의 천주교 공동묘지인 지라 지금은 노후화되어 있다.
거기에다가 코로나로 지난해 내내 그리고 올봄까지도 사람의 발길이 끊긴 동산은
정글처럼 숲이 우거졌다.
어젯밤 고라니가 죽어 나자빠져 있는가 하면 들짐승이 뜯어 먹기도 했다.
올라다니던 길은 숲이 우거지면서 다 막혀버렸다.
새로 길을 뚫고 갈 수도 없으리만치 나무와 넝쿨로 뒤덮였다.
산소도 노후화되면 재개발하는 건 처음 보았다.
임자 없이 버려진 산소는 걷어내고 새 산소로 채워가는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오래되다 보니 어머니 산소 바로 위의 산소는 아예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밑의 산소는 파헤쳐진 거로 보아 이사 가버린 흔적이 뚜렷하다.
산소도 재개발 붐이 일어났나 보다.
정글 같아도 을씨년스럽지 않은 까닭은 야생화가 많이 피어있어서 꽃동산 같기 때문이다.
산소 찾아가는 내내 여기저기 야생화며 들꽃이 많아 환성을 지르며 올라갔다.
어머니 산소 바로 옆 산소는 부잣집이어서 터를 넓게 잡고 망부석도 두 개나 세워놓은
산소다.
가꾸기도 잘 가꿔나가던 집인데 나는 그 집 마당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넓은 앞마당이 금계국밭이 되어 있다. 금계국이 만발해 꽃밭에 온줄 잘못 알았다.
아깝지만 꽃을 막 밟고 다녔다. 세상에 꽃을 지지 밟고 가야만 하다니 천국인들 이러하랴.
금계국은 국화 같기도 하고 해바라기 같기도 하면서 여름에 피는 꽃이다.
꽃잎이 금조(金鳥) 새의 벼슬처럼 생긴 데다가 국화과에 속한다 해서 금계국이란 이름이
붙은 꽃의 꽃말은 “상쾌한 기분”이란다.
싱그러운 노란 꽃밭을 보면서 상쾌한 기분이 안 드는 사람 어디 있겠는가?
숲이 우거져 정글로 변한 공원묘지이지만 꽃이 많아 꽃동산을 이루니 이 또한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사람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수난을 겪는 게 아니라 공원묘지도 마찬가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