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동 집으로 가다 보면 “외상 됩니다”하는 사인이 눈에 확 띈다.
얼마나 장사가 안되면 외상으로라도 팔아보겠다는 거냐.
6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외상이란 게 다시 등장하다니?
원래 한국인은 외상을 좋아하는 민족이었다.
오죽하면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라고 했겠는가.
외상 받으러 다니고, 외상값 떼먹고 달아난 사람,
그런 시절이 다시 오는 건 아니겠지?
코로나 팬데믹이라고 해도 한국은 미국에 비해서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미국 LA, 뉴욕에서 하루에 수천 명씩 죽어 나가는데 정말 겁났었다.
비즈니스는 다 문 닫았었다.
이발관이 문을 닫아서 2차례나 4개월씩 머리를 깎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한국은 코로나 방역을 잘했기 때문에 마스크 쓰고 영업은 영업대로 해나갔다.
영업한다고 해도 문 닫는 가게가 속출했다.
서울 한식당 1만 곳이 문을 닫을 때, 초밥, 라면집은 800곳 늘었다는 뉴스도 있다.
문은 열었다 해도 매상이 반 이하로 줄어들기도 했지만…….
미국은 백신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고 다시 경기가 살아나서 종업원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딸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빠, 우리 동네 집을 1.2 백만 달러(14억 5천만 원)에 팔겠다고 내놨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몰려들어 웃돈을 얹어주겠다는 거예요. 질문, 얼마를 얹어주겠다고 했을 것 같아요?”
질문 자체가 이미 딸이 놀랐다는 어투여서 나는 속으로 크게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 2십만 달러(2억 2천만 원) 정도 더 주겠다고 했겠지?”
“노, 더 올려.”
“그럼 3억?”
“턱도 없어, 더.”
“뭐라구? 집값을 더블로 주겠다는 거야 뭐야?”
“글쎄 얼마를 더 주었겠느냐고요?”
“3억도 아니면 4억?”
“부르는 가격보다 4억 8천을 더 주고 샀어.”
나는 딸의 말을 듣고 기가 막혀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내한테서 카톡이 왔다.
동네 한 바퀴 걷다 보면 앞으로 집을 팔 생각이 있다는 의향서만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들이
달려든다는 거다.
동네 집값이 20~30%씩 올랐다는 거다.
지난 수년 사이에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나와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이라는 염려
때문에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모양이란다.
고공행진 멈추지 않는 집값, 또 기록갱신이란 뉴스도 있다.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적어도 내년에 은행 대출 이자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첫 번째
원인이다.
경제학에 대해서 아는 것도 없는 내가 보기에도 정부에서 수십조 달러를 찍어냈으니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가겠는가?
결국은 돌고 돌아 물가 상승으로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물가 상승은 일어난 지 오래라고 하는 말이 맞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이자를 올려 물가를 잡는 일뿐이리라.
그저 먹고사는 게 일인 우리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창 젊은 사람들은
정신 바짝 차리고 닥쳐올 시대에 대비해야 할 때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미국에서 부동산이 오르면 6개월 후에 한국에서도 따라 오르는
걸 보았다.
이번이라고 해서 예외이겠는가?
아무리 부동산 규제법을 까다롭게 해 놓았다 치더라도 개개인의 머리를 어떻게 당하겠는가.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 요리조리 헤집고 다니면서 결국은 한국 부동산도 꿈틀댈 것으로
보인다.
장사는 안돼서 가게 문 닫고 나가 빈 가게들만 수두룩한데 인플레이션까지 일어난다면
소상인들은 결국 망하라는 소리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