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가뭄이 심각하다.
가뭄은 물 부족 사태를 몰고 오고
물 부족은 주민을 생활 고초로 끌고 간다.
앞마당 잔디밭에 스프링클러를 틀었다.
잔디밭에 물은 일주일에 세 번만 주라는 주정부의 주문이 있었지만
나는 조금씩이나마 매일 준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눈치가 보여서
스프링클러를 틀어놓고 서서 기다린다.
꺼야 할 시간을 놓칠까 봐 겁이 나서…….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올해 들어서 쭉 그래왔다.
5분간 틀어놓아야 할 것을 1분 만에 그친다.
잔디더러 목이나 축이라는 거다.
잔디는 목이 마르다는데
물을 주지 못하는 심정은 안타깝다 못해 피를 말린다.
물 쓰듯 흔해야 할 물이, 피 흘리듯 귀하게 보인다.
미국 서부에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져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며 ‘물 비상령‘이 내려졌다.
캘리포니아주에선 주지사가 직접 나서 주민들을 상대로 ‘물 아껴쓰기‘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자발적으로 물 사용량을 15% 줄여달라“고 촉구했다.
“샤워 시간을 줄이고, 식기세척기는 꽉 찼을 때만 돌리고, 잔디에 물 주는 빈도를
줄여달라”고 호소했다.
앵커는 “뉴섬 주지사가 당부한 물 절약이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가뭄이 여름과 가을 내내
더 악화되면서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려움은 캘리포니아 산불로 이어졌다.
산불은 타호 호수 근처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2주째 꺼지지 않는 산불은 지금도 화마가
수백 년 묵은 미송 숲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사우스 레이크 타호 지역 서쪽의 카도르 지역 산불은 인간으로서는 감히 진화에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할 만큼 거세게 타오른다.
이제 겨우 19% 진화에 불과하다는 소식이다.
매일 들려오는 산불 소식이지만 내 집에서 먼 곳의 일이니까 남의 집 불 보듯
그저 보고만 있다.
오늘 날 다가오고 있는 물 부족이다, 산불이다 하는 것이 자연 환경 파괴와 맞물려 있다.
인간이 편히 살겠다고 에너지를 뽑아내어 펑펑 써대는 대가를 치루는 것이리라.
올해 물 부족이 금년만의 일이 아니다.
십여 년 전에 4년 연속 비가 오지 않는 바람에 호수가 다 마르고 물 부족으로 고초를 겪었던 경험이 있어서,
올해 물이 부족하다고 아무리 외쳐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물 부족할 때는 하다못해 음식점에서 컵에 물 따라주는 것도 금지 했었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부족하다고 엄살을 피우는 것이지 실제로 쓸 물은 다 써가며 산다.
세숫대야에 물 떠 놓고 세수하고 발 씻고 걸레 빨고 그 물을 화단에 주던 생활을 겪으며
자란 나에게 샤워 좀 걸렀다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닌 것과 같다.
차고 넘치다 못해 낭비하면서 사는 세상에서 15% 물 절약해 달라는 것은 정상적으로
살아달라는 소리처럼 들리는 게 나만의 생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