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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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한국일보에 실린 작지만 확실한 사랑기사이다.

 

지금은 강의가 종료됐지만, 수필 강의를 들을 때는 학생이 30여 명은 됐었다.

온라인 줌 강의였는데 일주일에 2시간짜리였다.

특이한 것은 학생 30여 명이 모두 여자라는 점이다. 나만 빼놓고…….

강의 기간 2달 동안 내가 얼굴을 내 비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여자들은 어딘가 글이 쓰고 싶은 욕망이 숨어있는 모양이다.

너나없이 글을 쓰고 싶어 하니 말이다.

책을 팔아주는 사람도 여자들이니 어느 면에서는 출판문화에 기여하는 바도 있는 것 같다.

글 잘 쓰기를 원하는 학생들의 일괄된 요망은 사랑이야기를 쓰라는 주문이다.

남녀 간의 사랑이라는 게 그렇게 흔한 게 아니지 않은가?

평생에 한 번 아니면 두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인데 날구장창 사랑이야기를

어떻게 쓴단 말인가?

사랑이야기라야 흥미 있어 하는 것 같아서 사랑에 관해서 나름대로 연구하게 되었다.

사랑이야기를 써 놓았다가 글 쓸 때 필요하면 꺼내서 써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랑이야기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모으다 보니 책 한 권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글을 쓰다가 사랑 이야기에 들어서면 써놓은 글을 들춰서 골라 쓰곤 한다.

 

여자들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사랑 이야기라면 재미있다.

사랑 이야기는 내가 써놓고도 재미있어서 또 읽는다.

지가 쓴 글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하겠지만, 사랑 이야기는 다르다.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다.

 

내게는 90이 넘은 이종사촌 누님이 있는데 누님은 쌍둥이다.

그것도 일란성쌍둥이가 돼서 두 누님이 닮았다. 똑 같이 생겼다.

내가 어렸을 때 나도 구분을 못했으니까.

휴전협정이 이뤄지지 않고 질질 끌던 때 누님은 시집가야 하는 나이였다.

그때 신랑감은 모두 군인이었다.

남춘천에서 누님 둘이서 살았는데 아는 군인이 가끔씩 집에 놀러 오곤 했다.

처녀가 둘이나 있으니 총각이 넘보고 드나드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친척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문제는 들르는 군인이 쌍둥이 중에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었다.

군인은 말없이 놀러 와서 한참 머물다가 가곤 해서 분명히 누구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그게 누구냐를 놓고 설왕설래하던 때가 있었다.

 

그것도 사랑 이야기가 돼서 모두들 흥미 있어 했고

그것도 사랑 이야기가 돼서 지금껏 잊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다.

사랑이란 영원히 기억에 남을 만큼 위대하고 고귀한 것이다.

나는 그런 고귀한 사랑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야깃거리를 찾아다녔다.

사랑 이야기를 모으다 보니 책 한 권 분량이 되었다.

작지만 확실한 사랑이라는 책이 탄생하게 된 동기이다.

사랑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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