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덥고 오늘도 덥다.
캘리포니아에는 인디언 썸머라는 게 있어서 9월 20일쯤 되면 한바탕 더위가 휩쓸고 간다.
분수에 안 맞는 일을 가지고 우겨대는 인디언들을 빗대서 인디언 썸머라고 부른다.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 서부지역 상당수 주들의 올여름 날씨가 기후 관측 이후 역사상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기록됐다.
또 전국적으로도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해 6∼8월 기온이 미 역사상 최고치인 1936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달 7일 라스베이거스는 화씨 108(섭씨 37.7)도를 기록했고 데스밸리 기온은
화씨 122(섭씨 50)도에 달했다.
덥고 건조한 기상 조건은 화재에 시달려온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 등 북서부 지역 상황을
악화하는 심각한 위협이기도 하다.
건조하고 더운 날씨 속에 마른번개에 이어 강풍이 뒤따르면 새로운 화재가 발생해
빠르게 번질 수 있다.
올해 캘리포니아에서는 200만 에이커 이상이 불에 탔고 1만5,000명의 소방관이 화마와
싸우고 있다. 미국은 산불에 맞서 가장 높은 ‘레벨 5’ 대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 상승으로 초목이 말라가면서 지난 수십 년간 캘리포니아에서는
화재로 전소된 지역의 급증과 기후변화 사이의 명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한다.
올여름 화재가 역사적인 고온 속에 맹위를 떨친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온은 또한 심각한 가뭄 상태를 심화시켰다. 현재 가뭄이 서부의 94%를 뒤덮고 있으며
이 지역의 거의 60%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다.
천만다행인 것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은 더위를 모른다는 것이다.
알래스카의 차가운 기류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 올라가는 관계로 바닷물이 차갑고
바다와 인접한 연안 지역은 더위가 없다는 사실이다.
천혜의 기후 조건을 갖춘 지역이라 하겠다.
여름에 덥지 않으니 겨울에는 춥지 않겠나 하겠으나 이 역시 겨울에는 춥지 않다.
사시사철 봄과 가을만 있는 것이다.
그래도 계절이 바뀔 때면 바뀐다는 티를 내기 마련이어서 한 이틀 더웠다가 수그러든다.
여름과 작별하면서 가장 반가운 것은 산불이 잦아들었다는 점이다.
매일 밤낮으로 기승을 부리던 산불이 이제 거의 다 사라졌다.
엄청난 재해를 남기고 가버렸다.
이제 가뭄만 해소되면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가뭄은 심각해서 호수의 물이 거의 다 말라간다.
수년 전 가뭄 때도 호수 바닥이 드러났었는데 이번에도 오늘 낼 바닥이 드러날 지경이다.
하나님은 공평하셔서 좋은 기후에서 사는 사람들은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셨다.
산불도 그렇고, 가뭄도 그렇고, 지진 역시 언제 닥쳐올지 모른다.
자연재해란 받아드리느냐 말 것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사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