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마다 일할 사람 구한다는 사인
2년 하고도 반년 만에 멀리 길로이 아웃렛 쇼핑센터에 갔다.
거의 70~80 개의 상점들이 몰려 있는 거대한 아웃렛 쇼핑센터다.
일 년에 봄가을 두 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녀오던 쇼핑센터인데 코로나 때문에
가지 못했다. 더군다나 쇼핑센터도 문을 닫았으니까 가나마나였을 것이다.
오랜만에 가서 본 쇼핑센터는 한가하기 짝이 없었다.
텅텅 비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유명한 네임브랜드라고 해서 들려보면 손님은 거의 나 혼자다.
뉴스에서 경기가 살아났다고는 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쇼핑하는 걸 잊어버렸든지 아니면 쇼핑 안 하고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걸
터득했던지 아니면 예전에 사다 놓은 옷들이 많아서 입지 않던 것들을 꺼내 입든지……
아무튼 쇼핑하는 사람이 없었다.
대형 음식 코너가 있던 자리는 아예 다 뜯어내 버렸다. 앞으로도 영업 안 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년 동안 가게 문을 닫았을 것이니 살아남을 비즈니스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래도 살아남은 비즈니스는 후랜차이즈들 뿐이다.
가게 안은 어떨까 들어가 보았다.
들려보는 가게마다 2년 전에 들렀을 때의 물건을 고대로 놓고 있었다.
새로운 물건이 없다. 10월도 중순이면 겨울옷을 내놔야 할 텐데 아직도 여름옷이다.
물건이 들어오지도 않고 팔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패션 업계가 망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옷 디자인 업계는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가게에 진열된 물건이 없다는 것이 팔리지 않아서만도 아니고 새로운 디자인이 없어서만도
아니라는 것을 뉴스를 보고 알았다.
미국 물동량의 40%를 차지하는 LA, 롱비치 항에 화물선 60여척이 입항하지도 못하고
대기 중이란다.
설혹 입항했어도 하역 인력이 부족해서 그냥 서 있는 거다.
LA 항에 적체되어 있는 컨테이너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하역 인력 부족을 경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손을 쓰지 못했다는
질타를 면치 못하게 생겼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물건들이 그냥 컨테이너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금년에는 블랙 프라이데이가 없을 거란다.
쇼핑센터에 여름옷만 걸려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줌 클래스에서 손흥규 작가의 신작 소설을 받기로 되어있는데 책 역시 LA 항에서
하역을 못 하는 바람에 언제 받을지 감감무소식이다.
컨테이너 하역장에서만 인력난이 아니다. 미국은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가 났다.
구직 광고를 내다 붙인 식당이 하나 건너 하나씩이다.
한국 식당이 일주일에 이틀 문을 닫는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란다. 설거지하는 사람을 시간당 20달러씩 주겠다고 해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 결국 문을 열지 못한다.
전에는 직장이 없어서 야단법석을 치렀는데 지금은 일할 사람이 없어서 난리법석을 치르다니.
세상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