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가져오는 지구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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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왕국의 제왕 북극곰이 기지개를 펴고 사냥에 나선다.

북극곰은 북극지역에서 제일 큰 육식 동물이지만 따로 영역을 정해놓고 살지는 않는다.

때로는 먹이를 찾아 혼자서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기도 한다.

희고 긴 털 밑에서 검은 잔털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빙하에 고립됐던 시베리아 불곰 중

일부가 살아남아 진화해온 것이기 때문이다.

입은 얼음을 뚫기 위해 길어졌고, 찬바람을 피하느라고 귀는 자그마해졌다.

북극곰은 2살 때 어미 곁을 떠나 평생을 혼자 살아간다.

번식기에도 짝짓기를 할 뿐 가족을 이루는 법이 없다.

곰은 냄새로 먹이를 찾는다.

 

북극곰이 가장 좋아하는 사냥감은 바다표범이다.

물속에서와 달리 바다표범은 얼음위로 올라오면 시력이 몹시 떨어진다.

북극곰은 바다표범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얼음인척 움직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가

먹이를 낙아 챈다.

 

얼음 왕국의 위대한 승리자 북극곰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해빙기가 빨라지면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다.

사냥을 위해 온종일 다니고 있지만, 바다표범은 자취도 찾아볼 수 없다.

바다표범이 쉴만한 얼음평원이 점점 빨리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홀로 사냥하고 잡은 먹이는 혼자 먹는다. 이것이 북극곰의 불문율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 먹이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수 만년 동안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던 북극, 무한할 것 같았던 이 만년빙도

급격한 기후변화 앞에 이제 그 위력을 잃고 있다.

지난여름은 유난히도 길었다. 굶주린 북극곰에게는 더욱 길었을 것이다.

먹이를 찾아서 바다로 뛰어들어도 보고 늪으로 나와 무엇이든 요기할 것을 찾아 헤맸다.

 

북극곰들은 봄에 바다표범을 집중적으로 사냥해서 배를 채운 후 그 힘으로 여름을 나야 한다.

몸 무계를 평소의 세배, 네 배까지 불리기도 하는데 지난봄에는 그러질 못했다.

얼음이 빨리 녹는 탓에 사냥을 일찍 접어야 했기 때문이다.

먹을 수 없으니 가능한 힘을 아껴야 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며 보낸다.

툰드라의 구덩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곰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다.

때로는 먹이를 찾아 인간의 곁으로 다가와 떠나지를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지구 온난화가 가져온 변화다.

 

이제 어미 곰이 새끼 곰을 데리고 다니는 일도 흔치 않아졌다.

어미 곰들의 영양상태가 나빠지면서 새끼를 한 마리만 낳는 경우가 늘고 있다.

2008년 북극곰은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되고 말았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50년 안에 3분지 2가 사라질 전망이다.

 

얼음이 얼기를 기다리는 6개월 동안 북극곰들은 격열하게 몸싸움을 하지만

진짜 결투는 아니다. 힘을 겨루면서 싸우는 기술을 연마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사냥을 잘하기 위한 훈련에 불과하다.

 

겨울이면 먼 바다까지 꽁꽁 얼어야 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북극 바다가 얼지 않는다.

바다표범이 얼음구멍을 뚫고 얼음 위로 나와도 살얼음으로 겨우 덮여 있어서 북극곰이

접근하지 못한다.

바다표범을 발견해도 가까이 갈 수조차 없는 형편이다.

지구 온난화는 바닷물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겨울이 와도 얼음판이 제대로 형성되질 않는다.

 

온통 하얀 눈과 얼음의 세상, 이런 것들이 북극곰의 코를 벌름거려 먹이를 찾게 만든다.

북극곰들이 가지고 있는 냄새로 사냥감을 찾는 기술은 배우지 않아도 아는 생존방식이다.

자연과 생물이 맺어온 약속이 깨지고 있다.

한번 사라지면 되돌릴 수 없다. 북극이 녹고 있다. 북극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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