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만두는 겨울철이 제격이다.
고기 왕만두, 김치 왕만두가 있고 찐빵이 같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사는 백석동 일산로에 왕만두 집이 있다.
옛날에는 겨울철에만 왕만두 집이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사시사철 일년내내 왕만두를 만들어 판다.
백석동에 있는 왕만두 집은 중국인이 주인이다. ‘
언뜻 듣기에 왕만두 하면 중국인이 더 잘만들 것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중국인 왕만두 집에는 김치 왕만두는 없고 고기 왕만두의 속이 녹색으로 채워진 것으로 보아
채소를 많이 넣었지 싶다. 맛은 왕만두 맛 비슷한데 그렇지만도 않다. 약간 중국 냄새가 난다.
중국 냄새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꼭 짚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이 든 사람은
그런 냄새도 맡을 줄 안다.
백석에서 전철역으로 한 정거장 떨어진 마두역 근처에도 왕만두 집이 있다.
’용감한 왕만두‘라는 상 명을 정해놓고 왕만두를 만든다. 고기, 김치 왕만두에 찐빵도 있다.
수제 손만두에 국내산 재료만 사용하는 용감한 왕만두라고 선전한다.
알고 봤더니 만두에서 재룟값이 전부인데 ’용감한 왕만두‘ 집은 엄청 비싼 순국산 재료만
쓰는 것을 원칙으로 고집하기 때문에 용감하다는 것이다.
아무도 이익이 안 나는 장사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집은 용감하게도, 이익이 안 나도 좋으니 국산 재료를 고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격도 저렴하다.
두부를 많이 넣어서 흰색이 도는 만두속이다. 만두 맛도 한국 만두 맛이다.
중구인 왕만두는 5개들이에 5,000원인데 용감한 왕만두는 5개들이에 4,500원이다.
그까짓 500원 상관에 뭘 따지느냐 하겠으나 퍼센티지로 치면 10%가 싼 가격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비교에 불과하다.
음식은 가격보다도 맛이 더 중요하다.
맛이 좋으면 아무리 비싸도 사서 먹는 것이고, 아무리 멀어도 달려가서 먹는 게 음식이다.
문제는 용감한 왕만두의 맛이 월등 좋다는 데에 있다.
나는 전철로 한 정거장 거리이면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걸어서 먼 곳으로 간다.
용감한 왕만두 집까지 걸어가서 4,500원 주고 고기 왕만두 3개하고 찐빵 2개를 합쳐
5개들이를 사 들고 걸어온다.
걸어오면서 이게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생각해 본다.
바쁘게 뛰어다니던 젊은 시절 같으면 가치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은퇴하고 난 지금은 나마 도는 건 시간인데 걸어서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좋은 현상이다.
운동 삼아 걸어가서 맛이 더 좋은 왕만두를 그것도 10%나 싼 가격에 사 들고 온다는 건
가치 있는 일만이 아니라 기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