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오후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책을 읽다가 어쩐지 배가 출출하다 했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14층에서 내려다보면 처음에는 차도 사람도 작게 보였는데 그것도 자꾸 보아 버릇했더니
그러려니 해 보인다. 멀리 사거리에 붕어빵 장사가 보인다.
붕어빵 장사가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분명치가 않았다.
눈으로 보아서는 구별이 되지 않는다. 내게는 부르셀 망원경이 있어서 꺼내 들었다.
망원경은 등산 다닐 때 가지고 다니려고 샀지만 실제로 한 번도 써먹어보지 못했다.
십 년도 더 오래된 망원경을 꺼내 들었다. 붕어빵 장사를 향해 망원경의 초점을 마췄다.
그렇다고 자세히 보이는 것은 아니었지만 구루마를 쒸워놨던 포장을 걷어낸 것으로 보아
영업중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겨울 잠바를 찾아입었다.
며칠째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지 밖엔 나가지 않았다.
뉴스를 보면 ‘오미크론’이 인천을 거처 서울도 뚫렸다고 했다.
오미크론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90%가 60, 70대라고 한다.
나는 밖에 나가 사람들과 부대끼고 싶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싫다. 코로나가 옮아 붙을 것 같아서다.
그래도 먹어야 사니까. 붕어빵을 사러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밖에 나가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춥기는 추운 모양이다.
모구 두꺼운 외투를 입고 꾸부정하니 웅크리고 걷는다.
오후로 접어들면서 날이 풀렸겠거니 했다. 막상 나가봤더니 웬걸 춥기가 냉장고 속 같다.
바람까지 불어대니 과연 한국 추위 맞다는 생각이 든다.
문구점에 프린트하러 갔다가 일부러 붕어빵 굽는 벤도에 들렀다.
중년은 넘었지시픈 비쩍 마른 아저씨가 빵을 굽고 있었다.
가격표를 붙여놓았는데 붕어빵 2개에 1천 원, 밀크빵 2개에 1천 원, 초코빵 1개에 1천 원이다.
간단하게 1천 원 균일이다.
앞에 선 아가씨가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다 구워놓은 붕어빵이 어러개 있는데도 기다리는 거로 봐서 밀크빵이나 초코빵을 주문해서
그러나보다 했다.
그러나 나의 짐작은 틀렀다는 걸 금방 알았다.
가격표 밑에 작은 글씨로 3~5분 기디려야 한다고 써 있었다.
한 봉다리 담아든 아가씨는 가고 내차례가 왔다.
붕어팥빵 2개 다라고 했다. 가장 대표적인 팥빵에다가 겨우 2개 정도면 있는 거로 싸서
주는줄 알았다. 하지만 주인 아저씨는 잠깐 기다려야 한다면서 쇠로 만든 붕어빵 몰딩에
물같은 밀반죽을 붙고 팥을 올리고 다시 물근 밀국물을 붙고 쇠뚜껑을 닫았다.
불판에서 익어가는 시간이 대략 3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았다.
주인은 따끈한 붕아빵을 손님에게 제공하겠다는게 그의 영업 전술이었던 것이다.
붕어빵 2개가 들어있는 흰종이봉투를 들고 바람 부는 사거리를 건넜다.
빵이 식을까 봐 프린트한 A4 용지가 들어 있는 부라운봉투로 바람막을 하면서 붕어빵을 보호해가며 걸었다.
붕어빵이 담긴 봉투에는 잉어빵이라고 쓰여 있는데 막상 빵을 꺼내놓고 보니 잉어 모양은
아니고 붕어처럼 생겼다.
아무리 잉어빵이라고 우겨도 내가 보기엔 붕어빵이다.
가지런히 잘 구운 것처럼 보인다.
집어 들고 꼬리부터 먹어야 하나 머리부터 먹어야 하나 잠시 고민 아니 고민도 했다.
어두일미(魚頭一味)라고 했으니 머리부터 먹어야 할 것 같다.
껍질의 바삭바삭한 게 붕어빵 특유의 질감이며 맛이다. 빵집 빵과는 다른 맛이다.
팥이 엄청 달지는 않고 적당히 달다.
팥이 붕어 머리에서 꼬리까지 골고루 들어 있게 구운 것도 기술일 것이다.
주인아자씨는 붕어빵을 무척 사랑하고 있었다.
손님에게 기다리라고 하는 까닭은 따끈한 붕어빵을 주기위한 것이고
비록 작은 붕어빵일망정 따끈해야 맛이 난다는 철칙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