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내가 찍은 후보는 다 당선됐다.
우연이라고 하면 우연이고 아이러니라고 하면 아이러니다.
내가 김대중 대통령을 찍었더니 당선됐다.
찍으려고 해서 찍은 게 아니라 그분의 책을 샀더니 고맙게도 사인을 해 주셔서
은혜 갚는 심정으로 찍었다. 이건 그냥 하는 말이고 사실 그분이 IMF 위기를 극복할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찍은 게 사실이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찍었더니 당선됐다.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이 나와 맞는다는 게 이유였다.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찍고 한국에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서 ‘노’ 찍었다고 했다가
핀찬만 들었다. 여러 명이 공격하는데 막아낼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내가 잘못 찍었나 하고 나 자신을 의심하기까지 했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내가 찍었고 박근혜 대통령도 내가 찍었다.
내가 찍기만 하면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찍지 않았다. 그렇다고 홍준표 후보도 찍지 않았다.
그때는 먼저 등록하고 2주 후에 투표소에 가는 거로 제도가 바뀌는 바람에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분 다 마음에 드는 분이 없었으니까 안 찍어도 상관없었다.
이번에는 미리 등록하고 기다리다가 투표했다.
틀림없이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뉴스에서 말하고 있으니 믿어도
되겠다.
내가 점을 잘 처서 맞추는 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사람을 보면 알 수 있는 게 아니냐.
공연히 휘둘리지 말고 내가 아는 상식 내에서 판단하면 그게 국민의 상식이고 그게 맞는
상식이다. 누가 이러란다고 이러고 저러란다고 저래 봤자 생기는 것도 없다.
지금은 뭐 주겠다는 사람도 없는데 소신이나 지키는 게 옳을 것이다.
옛날 박정희 시대 때 국회의원 선거를 하면 실컷 얻어먹고 나서 딴 사람 찍어준다는 말도
들어봤다만 지금이야 먹을 게 흔한데 그까짓 막걸리 한 잔에 넘어가겠는가?
공금으로 초밥 사 먹는 여자와 주식으로 돈 벌겠다고 눈이 빨개서 덤벼드는 여자 중에서
어느 여자가 낫냐고 묻는다면 집에서 밥해주는 여자가 제일 낫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저기 미쳐서 돌아가는 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제대로 해 주겠는가?
양 후보가 부인과 함께 다니면서 여성들 표를 얻었으면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만!
이번 후보들은 예전 후보들 같지 않아서 악을 써도 너무 쓴다.
왜 선거판이 이렇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개판 5분 전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선거 유세에서 후보가 자신의 공약을 유권자들이 납득하도록 설명하는 것이
기본일 터인데 공약 설명보다는 상대방 후보 흠집 내기에 급급해서 들리는 건 모두 까발리기
대회를 보는 것 같았다.
인터넷 발달로 유권자들이 똑똑해졌다는 사실을 선거 캠프에서 모르는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면 유권자들이 내 편으로 돌아서겠지 하고 비방과 원색적인 말을 하는데
미안하지만, 스마트폰으로 현명해진 국민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그 이면까지 알고 있는 게
현대인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점잖게 캠페인을 벌였다면,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여당 후보답게
이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국가 운영의 고초를 설명해 나갔다면 보다 높은 지지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야당 후보가 들고나왔는데 여당 후보가 그렇다고 사과하고
나서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다. 이것은 코로나 19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현상이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부동산도 한국보다 더 뛰었으면 뛰었지
조금도 덜하지 않다. 80년 만에 최고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미국의 물가도 그렇고
자영업자들 손실도 그렇다.
세계 각국과 비교 설명하면 이해가 가는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을 국민이 납득하게끔 차분하게 이해시키려 들지 않고 너무 조급해서 보상금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서다니?
보상금 받는 게 좋아서 찍어주던 시대는 지났다.
국민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여당은 이런 게 선거 실패의 원인 중 하나라고 알았으면 한다.
이번 선거 캠페인은 마치 여당 후보와 야당 후보가 뒤바뀐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두 후보가 하도 열심히 뛰니, 아니 미친 듯이 악을 쓰면서 목에 힘줄을 세우니
투표 끝나고 나면 병이나 나지 않을까 내가 다 걱정이다.
사우나나 하고 푹 쉬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