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코로나가 세상을 정지시켜 버렸다든가. 70억 세계 인구가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한다든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물가가 치솟는다든가.
아무튼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터지면서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기도 한다.
나는 5월 29일 일요일에 한국 들어가는 아시아나 항공을 오래전에 예약해놓고 기다렸다.
밤 11시 30분발 비행기 그것도 비즈니스석이었다.
탑승 48시간 전에 검사한 코비드 테스트 PCR 음성 확인증을 제출해야 탑승할 수 있다.
공교롭게도 5월 30일이 미국 메모리얼 데이(현충일)이어서 토일월 3일간 휴일이다.
나는 금요일 아침에 카이저 병원에서 PCR 검사를 받았다.
제대로라면 내가 출발하는 일요일 아침에는 PCR 검사 결과가 e-mail로 들어왔어야 한다.
하지만 정오가 넘도록 PCR 결과는 내게 오지 않았다.
전화 연락을 해 봐도 긴 휴일이 끼어 있어서 근무하는 사람이 없단다.
카이저 병원에서 통보 오기를 기다렸다가는 산통이 날 것 같았다.
빨리 검사해 주는 크리닉을 찾아보았다.
샌프란시스코 비행장 앞에 ‘OnPoint Testing’이라는 크리닉을 찾아냈다.
5시간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 준다고 해서 125달러를 지불하고 검사를 받기로 했다.
오후 3시 30분에 테스트받으면 늦어도 저녁 8시 30분이면 검사 결과를 받을 것이다.
부랴부랴 OnPoint를 향해 달려갔다.
주소를 들고 찾아가 보았으나 크리닉다운 건물이 없다.
중고차 딜러가 있던 빈자리여서 넓은 주차장만 덩그러니 있다.
아무리 둘러봐도 의료 시설 비슷한 건물이 없어서 혹시 사기당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당에 낡은 컨테이너가 있는데 그곳이 코로나 테스트하는 건물이라고 누가 짐작이나
하겠는가?
OnPoint라고 쓰인 배너가 낡은 컨테이너에 걸어놓았으니 여기가 맞는 곳 같았다.
문을 노크해 보았으나 근무하는 사람이 없다.
알아봤더니 점심 식사하러 나갔단다.
인터넷에 그럴듯하고 큼지막하게 광고하면서 실험실 허가증 번호까지 내 걸었으니
나는 번듯한 크리닉인 줄 알았다.
알고 봤더니 미국 각처에 체액을 채취하는 거점만 마련해 놓고 채취한 점액을
실험실로 보내면 그곳에서 처리해서 통보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니까 컨테이너 안에는 미국 여자 한 명이 인터넷을 보고 온 사람들에게서 채취한
면봉을 보내는 일만 하는 곳이다.
코로나가 별난 비즈니스를 다 만들어 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야 PCR 검사 결과만 얻으면 되니까.
적어도 저녁 8시 30분까지는 검사 결과 통보가 오려니 하고 기다렸다.
웬걸 결과 통보는 없었다.
마음이 다급해져서 전화를 걸어보았으나 녹음테이프만 돌아갔다.
긴 휴일이 돼서 7시에 문을 닫았단다.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이 있나?
일요일 밤에 공항에 나갔으나 PCR 검사증서가 없어서 탑승을 거절당했다.
허무하게 탑승하지 못한 것까지는 좋으나 다음날 비행기 탑승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다.
6월과 7월은 매진되었고 8월과 9월에는 조금 여유가 있기는 한데 가격이 말이 아니다.
3, 4월까지만 해도 샌프란시스코 ~ 인천 왕복 이코노미석이 1천 달러 미만이었다.
그러던 것이 한국에서 2주간 격리가 해제되었다는 소식에 그동안 한국에 가지 못하고
기다렸던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비행기 탑승이 매진에 매진을 거듭한다.
항공사도 갑자기 편수를 증편할 수도 없어서 작은 보잉 737을 그대로 운행하는 실정이다.
이코노미석 비행기 삵으로 6월 왕복 4,140달러. 7월 매진. 8월 1,686달러. 9월 1,337달러로
가격이 치솟아 있다. 플러스 유류할증료가 부과된단다.
나는 당분간 한국에 들어가는 일을 보류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발이 묶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녀오고 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때쯤이면 우크라이나 전란도 판가름이 날 것이고 그러면 유류 가격도 정상으로
가라앉지 않겠나 싶다.
참으로 세상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어떠면 내가 한국에 나가지 못하게 붙드는 것도 하늘의 뜻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