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이었다. 출입국 사무소가 있는 경기도 양주에 전철을 타고 간 일이 있다.
겨울철인 데다가 서울을 벗어났더니 전철이 텅 비었다. 드문드문 몇 사람 없었다.
초라한 중늙은이가 들어와서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그가 앉자마자 냄새가 났다.
그냥 냄새가 아니라 코를 찌를 듯한 지독한 냄새다.
노숙자 같은데 아마 일 년은 목욕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사람들이 슬슬 일어나더니 다른 칸으로 가버렸다.
나도 일어나 가고 싶었지만, 앞에 앉아 있는 노숙자가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할 것도 같고,
기분 나빠 할 것도 같아서 그냥 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냄새는 가히 참아줄 만한 정도가 아니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나도 일어나기로 마음먹었는데 그가 먼저 일어나 내리는 바람에
나는 그냥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의사도 누구도 고칠 수 없는 목욕병에 걸린 사람이었다.
노인 냄새라는 게 있다. 노화성 체취는 냄새가 몹시 거북하고 역겨워 타인에게
강한 불쾌감을 주는데 정작 자신은 냄새가 나는지 자각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
체취는 보통 땀과 호흡을 통해 퍼지는데 나이가 들수록 심해진다.
젊을 때는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체내 노폐물 배출도 활발하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대사 기능이 저하되고 근육과 수분은 줄어들고 지방은 증가한다.
밖으로 배출돼야 할 노폐물이 쌓이고 아울러 피부에서 분비되는 지방산이 산화되면서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40대 이후부터 많이 생성되는 물질은 나이가 들수록 땀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배출도
쉽지 않아진다. 이름하여 노인 냄새다.
노인 냄새는 향수를 뿌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치료법은 매일 샤워하는 방법 외에는 도리가 없다.
샤워하면 피부의 죽은 세포와 피지를 제거하고 깨끗한 피부 상태가 유지된다.
담배에 찌들어 사는 중년 남자의 경우 샤워만으로 남자 냄새를 없애기란 어려운 일이다.
샤워 후에 향수를 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향수를 사용하면 뿌리는 순간 냄새가 사라진다.
다만 매일 샤워를 하지 않으면 향수 냄새 + 남자 냄새가 섞이면서 오히려 타인에게
더 고통을 준다. 효과를 보려면, 최소 1주일에 5번은 샤워해야 한다.
향수는 지속력이 길어야 4~5시간이므로 수시로 뿌려줘야 한다.
나는 아름다운 꽃을 보면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본다.
보라색 가지 꽃은 예쁘지도 않고 향기도 없다. 토마토꽃도 볼품없기는 매한가지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벌은 향기의 낌새를 맡았나 보다. 꾸역꾸역 모여든다.
모여든 다음 작은 가지꽃, 토마토꽃에 달라붙어 작업을 진행한다.
고 작은 꽃에서 흘러나오는 향기까지 감지하는 벌이야말로 신비롭다. 코도 없으면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참으로 신기하다.
대변에는 암모니아, 인돌(indole), 스카돌(skatole), 페놀(phenol) 등 화학물질이 섞여 있다.
스카돌과 인돌은 변 냄새의 주성분이다.
하지만 농도가 높을 때 그렇고 농도가 낮아지면 꽃향기를 낸다.
실제로 많은 종류의 꽃향기는 이들 두 화학성분이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농도가 높으면 변 냄새가 나고 농도가 낮으면 기분 좋은 향기가 되는 것이다.
화장품 병들 중에서 향수병이 가장 작다. 작다 못해 손아귀에 들어갈 만큼 조그마하다.
향수는 조금만 뿌리고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사용하라는 의미이리라.
무엇이든 많으면 좋을 것 같아도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깨우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