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탄자를 짜면서 그림을 넣은 벽걸이 양탄자
‘승천’이란 그림이 걸려있는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콘서트
혼자 사는 친구한테서 전화를 받았다.
오는 일요일 오후에 뮤직콘서트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전화였다.
그것도 유명한 화가 정연희 화백 CHIM 스튜디오에서 오픈 스튜디오 겸 뮤직콘서트를
연다고 했다.
화가들은 일년 내지는 이삼년에 한번은 오픈 스튜디오를 한다.
화가는 자신이 작업한 그림을 전시해야 하는데 거창하게 전시관을 빌려서 전시한다는 것은
일이년 작업으로는 버거운 일이다.
그렇다고 전시회 없이 마냥 그림만 그리다 보면 제물에 지치기 쉽다.
뮤지시안이나 화가 밋 작가는 빠르면 일년 늦어도 이삼년에 한번은 연주회든 오픈 스튜디오든
출판이든 치루고 나야 다시 작업에 열중할 수 있는 활력을 얻는다.
오픈 스튜디오의 타이틀은 승천(Ascension)이다.
‘승천’이란 대작 앞에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의 앙상불은 매우 감미로웠다.
무엇보다 화실에 전시된 그림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숙련된 음악인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음률은 분위기를 상승시키고도 남았다.
피아니스트 그웬더린 목(Gwendolyn Mok)은 쥬리아드 음대에서 공부한 재원이고
첼리스트 탈리아 무어(Thalia Moore)는 샌프란시스코 오케스트라와 발렛 오케스트라 멤버.
클라리넷 연주자 제임스 피트코(James Pytko)는 샌프란시스코, 샌 호세, 버클리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음악가이다.
3시 30분부터 CHIM 스튜디오와 그림 안내가 있었고 4시부터 연주회가 열렸다.
첫 번째로 클로드 드뷔시의 라프소디를 피아노와 클라리넷 연주로 들려주었다.
드뷔시가 살아생전 인상파 화가들의 전시회에 많이 참석했다더니 그래서 클로드 드뷔시의
곡을 연주하는 게 아닌가 했다.
마지막으로 베토벤의 Clarinet Trio in Bb major Op.11을 연주하면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5시부터 리셉션이 열렸는데 곧 많은 친지가 모였다. 모두 초청장을 받아들고 참석한
외국 손님들이었다.
나와 아내는 친구가 정 화백 애인이기에 초청장 없이 친구 전화 받고 참석했으면서도
오후 한때 호사를 누렸다.
내가 정 화백을 풍문으로 듣고 알아 온 지는 꽤 오래됐다.
샌프란시스코에 오래 거주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화백이다.
정 화백의 그림 중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작품은, 그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Golden Climb-Ladder’ 2009년 아크리릭 온 캠퍼스 140 x 96 인치 대작과
‘Tree Chorus 2017’ Charcoal on rice paper 52 x 30 inch.
정 화백의 ‘승천’처럼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유희하는 그림이라든가 나무 그림의 상상은
새로운 세계를 연상케 한다.
정 화백이 느지막에 그린 대작들은 오클랜드에 새로 지은 CHIM 스튜디오처럼
넓은 공간에 어울리는 그림이다.
화가를 위해 지은 스튜디오가 돼서 넓고 거대한 화실에서 마음껏 펼쳐놓고
자유롭게 그린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오클랜드 이주와 함께 새로운 장을 여는 듯한 사다리 그림은 꿈속을 헤매는 것도 같고 구름 속을 헤짚고 다니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 그리기에만 몰두할 수 있게 지은 CHIM 스튜디오를 돌아보면서 예술가라는 직업을
생각해 본다.
댄빌의 유진 오닐이 살던 집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난다.
유진 오닐이 노벨 문학상 상금으로 댄빌에 땅을 사고 집을 지었다.
각기 방마다 작업의 특성에 맞게 칠을 했다.
그중에서 매일 밤 잠자는 매스터 베드룸의 천장과 벽 모두를 짙은 회색으로 칠했다.
안개를 연출한 것이다. 안개 속에서 푹 자고 싶어서 그랬단다.
정 화백 역시 대작을 그리기 위해서 스튜디오의 공간을 넓고 높게 터놓은 게 아닌가
여겨진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다.
박수근 화백의 말처럼 인생은 빨리 가는데 작업은 왜 이리 더딘지…….
‘Golden Climb-Ladder’ 2009년 아크리릭 온 캠퍼스 140 x 96 인치
‘Tree Chorus 2017’ Charcoal on rice paper 52 x 30 inch.